영원한 사랑은
죽음으로 완성되는 것일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by 마음의 고고학
“아저씨,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특별한 일 없이 죽음을 담담히 기다리던 ‘정원’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다림’이 등장한다. 그런 다림은 죽어있던 정원의 일상에 숨을 불어넣어 주기 시작한다. ‘아침 출근길 사진관 창문 너머로 ‘다림’이 지나가지 않을까’, ‘혹 행여나 다림이 갑자기 사진관에 찾아오지 않을까’ 추운 겨울 같은 정원의 마음에 다림은 기다리던 여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림은 정원에게 생의 의지를 일으키는 존재가 된다.


“나는 지금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는데 제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원은 계속해서 병원을 드나들면서 자신의 죽음이 곧 현실화 되어간다는 것을 어렵게 인정하게 된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과 생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죽음에 치닫는 정원의 시간과 다림의 생동하는 시간 사이에서, 정원은 다림과의 만남을 통해 생의 의지가 타오르게 되는 한편, 다림은 갑작스러운 정원의 부재 속에서 죽음을 통감하게 된다. 죽음과 생동, 이 둘 각자가 처한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이 만남은 너무나도 모순적여 보인다. 그럼에도 ‘8월’에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수 있고, ‘크리스마스’에 ‘8월’을 떠올릴 수 있다. 마치 뜨거운 여름날 추운 겨울을 그리워하게 되고, 추운 겨울날 뜨거운 여름날을 떠올리듯이.. 이러한 의미에서 생의 역동을 떠올리게 하는 ‘8월’은 다림일 것이고, 생명이 움츠러져 있는 추운 겨울 속 ‘크리스마스’는 정원일 것이다.



@ 이 둘이 처한 상황 사이의 역동적인 교차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 영원한 사랑을 떠올리도록 한다. ‘죽음 앞에서도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고, 진정한 사랑을 만났음에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정원이 이러한 것을 깨달았던 것일까? 영화 앞부분에서 정원이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에 대해 회고하며 말했던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라는 고백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선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라는 고백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다림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정원의 죽음은 아이러니하게 영원한 사랑으로 상승된다.



@ 시간 속에 유한한 존재인 우리 모두는,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원함을 떠올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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