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고고학 Nov 09. 2022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 화가 조르주 루오


화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는 모두가 외면하는 세상의 변두리를 그림으로 남기고자 했다. 루오는 말한다.


 “미술은 내게 삶을 잊게 하는 수단이며, 한밤의 절규이고, 숨죽인 흐느낌이며, 억눌린 미소다. 나는 황량한 벌판에서 고통 당하는 자들의 말 없는 친구다.” 

루오는 인간군상이 빚어내는 추악함 속에서도, 결코 앗아갈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숭고함을 포착해 화폭에 담고자 했던 것이다. 



@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루오는 본격적으로 인간사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하는 시편 51편에 영감 받아, 전쟁의 참혹함 속에 내동댕이 쳐진 이들을 기리며 “Miserere”라는 동판화집을 만든다. 작품의 머릿말에서 루오는 말한다. “그림자와 가면으로 괴로워진 이 세상에 평화가 깃든 것은 설마 아닐 것이요. 십자가에 달린 예수만이 이를 온전히 표현해줄 것이요.” 


 

@ 루오의 작품,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에서, 우린 고통과 아픔에 짓눌려 버린 참혹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 핏빛 얼룩진 얼굴엔 세상 모든 슬픔과 번민이 담겨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뭉게지고 피로 얼룩진 얼굴 사이에서, 우리는 영원의 그림자를 엿보게 된다. 상처투성이 얼굴에서 깊은 위로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깊은 위로와 사랑은,, 참혹한 고통에도, 그 어떠한 추악함에도 결코 침해 당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증언한다.. 


@ 이 그림 속, 붓 한 획 한 획 안에는 세상 모든 이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 세파에 시달려 내버려진 이들, 허무하게 죽음에 처한 이들, 슬픔과 괴로움에 묶인 이들.. 이 모든 이들의 눈물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담겨 있다. 그리고 투박하고 상처투성이 얼굴이, 이들을 위해 대신 울어준다. 


“하느님....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매거진의 이전글 시詩: 가장 예쁜 단어를 선물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