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고고학 Oct 31. 2022

시詩: 가장 예쁜 단어를 선물하는 것

나태주 시인

하늘을 보았을 때, 문득 말을 걸어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변해가는 잎새들을 바라보며, 안부를 묻는다. 길모퉁이에 핀 이름 모를 들꽃엔, 마음속에서 가장 예쁜 단어를 골라,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그 순간 하늘은 반갑게 나를 반기며, 잎새들은 도리어 내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들꽃은 수줍게 미소를 짓는다. 작고 소박한 것들이, 내 마음의 詩가 되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 나태주 시인은, 일상의 작고 소박한 존재들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시인의 소명이라 한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16살 때 첫사랑을 겪으면서이다. 자신의 순박한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여학생에게 다가가려면 시 쓰는 것 이외에 달리 특별한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때부터 시인은 작고 소박한 것들을 마음에 초대하며, 예쁜 단어들을 입혀줬다. 그리고 소박한 것들에 조심스레 詩라는 순박한 집을 지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 시인의 짧은 시 구절 하나 덕분에, 풀꽃이 수줍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진다. 아무래도 시인의 마음은, 존재의 놀이터이지 않을까 싶다. 평소 잊혀져있던 풀꽃이 정겹게 인사를 나누며, 시인의 마음속 거처에 방문한다. 그리고 시인이 전하는 따수운 단어에, 예쁜 옷을 입게 된다. 노란 옷을 입은 풀꽃이, 시인을 바라보며 맑게 웃는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나태주, 너를 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