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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Nov 15. 2022

기억과 삶 #.1 :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나약한 현재를 위로하려, 아픈 기억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럼에도, 살아갈 날들이 벅차, 과거를 내가 기억하고 싶은 데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나의 기억들을 추스리며 살아가는 존재다.


@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은 인간의 나약한 기억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마다 떠올리고픈, 혹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거를 구성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되짚어보면, 기억들에 대해 숨을 불어넣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기억에 대한 나의 ‘해석’말이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해석이  어떠냐에 따라, 나의 일생, 곧 ‘남아 있는 나날’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 행복한 기억도, 과거의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오히려 사실만 두고 봤을 때, 아픈 기억으로 남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픈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력은 불완전하다.


@ 현재의 나를 지탱하기 위해,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남아 있는 나날’을 위해, 현재의 나는 계속해서 지나간 날들의 기억을 뒤바꾸는 것이다.우리는 살아있는 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살아가기 위해선, 지나간 과거도, 살아있는 현재로 재탄생시킬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억에 있어서, 객관적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삶에 있어서, 진실은 ‘살아야만 하는 책임’ 이외에는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직 ‘남아있는 나날’을 위해, 나의 과거를 품고 있을 뿐이다.

 위 샤갈의 그림에서 파란색은 아픈 과거(아내의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스스로의 자기 위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내의 죽음, 아픈 현실 속에서, 파란색은 아내에 대한 사랑.. 곧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현재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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