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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Nov 20. 2022

정신과 건축 사이

파노프스키 -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고딕은 돌로 이룩된 스콜라 철학(die steinerne Scholastik)이다.”


독일의 미술사학자 데히오(Georg Dehio) 말하듯, 오래 전부터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음이 주목되어 왔다.  둘의 발생구조와 전개 과정을 추적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 파노프스키는 독일 태생의 유태인으로 나치 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미술사학자이자 예술철학자이다. 동시에 20세기 미술사학과 정신과학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친 학자라고   있다.


특별히 파노프스키는 중세의 문화에 정통했는데,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탄생하게 된 책이 바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1951)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세의 건축 자료와 철학 문헌 간의 연관성을 추적하며, ‘문화적 평행현상(parallels)’이라는 관점으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파노프스키가 ‘심적 습성(mental habit)’이라는 개념적 도구를 고안하여, 이 둘의 문화적 평행현상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이유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심적 습성이 다양한 문화 영역에 침투해 평행현상을 만들어 낸다고 보았다. 따라서 각 시대의 ‘심적 습성’을 포착해내면 그 시대의 문화적 평행현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 시대의 특성을 밝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심적 습성’이란 개념적 도구를 통해 거시적으로 중세의 시대정신을 재구성하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파노프스키가 이러한 ‘심적 습성’이라는 개념적 도구를 고안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단순히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간의 문화적 평행현상을 밝히고자 고안해낸 수단이었을 뿐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습성’이라는 개념이 미친 영향은 미술사 이외의 영역에도 막대하기 때문에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현대 사회학의 대가로 꼽히는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을 접하고 ‘Habitus’라는 개념을 사회학적 차원에서 원용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 ‘습성’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실로 지대하다. 그렇다면 파노프스키는 어떠한 연유에서 ‘심적 습성’이란 개념을 창안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물음은 파노프스키가 『도상해석학 연구』에서 미술작품 해석의 최종 단계에서 탐구되어야  의미의 층위를 ‘본질적 의미 상정한 것과 연관시켜 이해할  있다. , 파노프스키에 의하면, 작품 속의 순수 형태, 모티프, 이미지, 알레고리들은 궁극적으로  나라, 시대, 계급, 종교적 혹은 철학적 신념의 기본적 태도를 드러내는 근본 원리들을 표명한다.


이러한 근본 원리들이  작품의 ‘본질적 의미 , 이는 ‘문화적 징후의 역사 탐구함으로써 밝혀지는 것이다. 따라서 파노프스키는 근본적으로 미술작품의 본질적 의미는 인간 정신의 본질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자, 예술가가 의도하거나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문화적 징후 드러내는 것이라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에서 제시하는 ‘심적 습성 당시 중세 시대의 문화적 징후를 밝혀내고자 제시된 이론이라   있다. , 파노프스키는  역사에 포함된 다양한 현상,  사회적 조류, 철학, 정치 사이 안에 형성되어 있는 어떤 ‘내적 유비(intrinsic analogies)’ 특징을 종합적 직관을 통해 파악하여, 중세의 ‘시대정신 규명하고자  것이다. 다시 말해, 파노프스키는 예술 작품 이면에 놓여 있는 인간 정신을 추적하기 위해 ‘심적 습성개념을 고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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