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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16) 신규도 아니고,
고연차도 아닌 나

- 중간연차 간호사 생존기-

by 에스


형제들 사이에서도 둘째가 제일 힘들다고 하죠.

중간에 껴서 이래도 치이고, 저래도 치이고.


간호사도 마찬가지예요.

중간연차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람들이에요.


AI 생성 이미지(출처: chat GPT)



신규 간호사 눈에는 이렇게 보여요:

“저 선생님은 일머리도 좀 있고, 물품카운트도 안 하고, 편하게 일하는 것 같아 보여요.”


하지만 진짜 속사정은 다릅니다.


“신규 때가 제일 편해요.”


신규 시절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죠.

그런데 2년차가 되고,

내 밑으로 신규 한 명만 들어와도 슬금슬금 공감이 가기 시작해요.



왜냐고요?

위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알만한 애가 왜 그러니?”

“애들 교육 좀 잘해야지.”

“니가 모범이 돼야 해.”


아래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다 아시죠? 제가 다 못처리해서 넘기지만 잘 부탁드려요~”

(진짜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쌓여 있는 일이 이렇게 얘기해요 :<)

“아니 저 선생님(한참 윗년차) 왜 저래요? 재수없어요.”

(참 솔직하고 부럽죠?)

“선생님…………(사고침)”



이런 얘기, 아직은 먼 얘기 같죠?

하지만 지금이 4월이에요.


병원은 3월 신규, 4월 신규, 5월 신규……

그리고 12월까지도 신규가 계속 들어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6월이 되면,

3월에 들어온 선생님이

6월 신규와 윗년차 사이에서 새우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사방에서 다 내 탓 같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자꾸 내가 잘못한 것 같고,

한쪽 말 들으면 저쪽이 서운하고, 저쪽 맞춰주면 이쪽에서 뭐라 하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내가 힘들지?”


이런 생각 드는 날이 많을 거예요.


그럴땐요,


✅위-아래와 거리 조절하기

아랫년차와 너무 친해질 필요도,

윗년차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결국 핵심은 업무를 깔끔하게 해내는 것.

그게 가장 좋은 ‘관계 조절 방법’이 돼요.


✅너무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않기

교대근무하는 병원에서,

모든 일을 한 번의 듀티에 해내는 건 불가능해요.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 되는 일일 뿐.

그러니까 다음 듀티에게 넘겨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그래도 오늘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 마음을 잃지 말아주세요.

나를 칭찬해주세요!


✅무심함 갖추기

이제는 아시잖아요.

윗사람들이 하는 말, 다 진심 아니에요.

아랫년차가 던지는 말도, 다 진지하게 새길 필요 없어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너무 붙잡지 마세요.

괜찮아요. 그게 제일 건강한 중간연차의 자세예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이

오늘 하루를 겨우 버티고 퇴근했다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힘들고 지칠 땐,

제가 예전에 쓴 퇴근길 시리즈도 함께 봐주세요 :)




퇴근길(1) 신규는 서럽고, 선배는 왜 저럴까

퇴근길(2) 사직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퇴근길(3)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너네 말투는 왜 그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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