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손꼽아 기다렸던 ‘빨간 날’, 공휴일.
연휴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붙기라도 하면, 세상은 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들뜨죠.
하지만 병원의 공휴일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실 가장 힘든 곳은 아마 응급실일 거예요.
저는 아직 응급실 근무 경험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응급실 선생님을 인터뷰해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 )
그렇다면 병원에서의 연휴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다른 병원들이 문을 닫는 동안, 응급실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든 환자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환자들은 다시 병동과 중환자실로 이어지죠.
그곳에서도 평소처럼, 아니 오히려 더 많은 환자를 감당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미 입원 중인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요.
연휴라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있는 환경은 아닙니다.
1.5. 연휴 전 퇴원 러시
연휴를 앞두고는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퇴원합니다.
‘공휴일에는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렵다’는 보호자들의 인식도 있고,
의사들도 비교적 상태가 안정된 환자들은 미리 퇴원시키려 하죠.
그 과정에서 퇴원 교육, 약 수령, 서류 정리, 보호자 응대까지…
병동 간호사는 하루 종일 퇴원 업무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면, 퇴원으로 비워진 병상은 곧 다시 채워집니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환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공휴일에는 병원 내 상주 의사 수가 줄어들어요.
주치의 컨펌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연락이 닿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환자의 컨디션이 나빠졌을 때, 필요한 처치가 지연되기도 합니다.
대체 인력이 있긴 하지만, 평일처럼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더 많은 판단과 책임이 간호사에게 쏠리는 날이기도 하죠.
2.5. 병동 대신 중환자실로 향하는 환자들
이런 연휴 구조 속에서는, 병동 입원이 애매한 환자를
중환자실로 먼저 입원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휴 동안 병동의 인력이나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고려되기도 해요.
어느 한 쪽의 결정이라기보다,
‘환자의 안전’과 ‘현장의 한계’를 저울질하며 내려지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설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에는 입원 중인 환자들이 집에 다녀오고 싶어 합니다.
주치의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외출 여부를 알려주시기도 해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요청이 들어올 때도 있고,
“왜 나는 안 되냐”는 항의가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보호자의 기대와 병동 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연휴가 끝났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진짜 일은 그때부터 시작이죠.
밀려 있던 검사, 처치, 상담 의뢰가 한꺼번에 몰리고
퇴원 예정자는 줄줄이 쌓여 있고
외래에서 입원 하러 온 환자들도 동시에 들어옵니다.
그 사이사이에 보호자의 문의는 계속되고,
병동은 또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공휴일 하루가 남긴 여진은 길게는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기도 해요.
그야말로 ‘소용돌이’의 중심은 연휴가 끝난 뒤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오늘도 병원의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공휴일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묵묵히 하루를 버티는 의료진들이 있다는 걸,
누군가는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신규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TMI
① 환자의 외출, 방심 금지
명절 외출, 평화롭게 다녀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나갔다가 다치고, 넘어지고, 심지어 다른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어요.
“응? 설마 그런 일이?” 싶죠?(
있어요. 한숨 나올 만큼요. ��
② 텅 빈 병실, 평소보다 적어진 환자 수 → 응급 오프 주의보
환자가 줄었다고 갑자기 “오늘 연차 써서 오프하세요.” 하고 오프 주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사실 이건 병동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권장되는 문화는 아니지만
"저 오늘 진짜 쉬어요?" 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고 계세요.
③ 잡상인, 종교인 출입 주의
누군가는 “종교인과 잡상인을 왜 같이 보냐”고 할 수 있지만…
병원 안에서 무단으로 전도하고 돌아다니는 건 정말 흔한 컴플레인 요소입니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불편하고, 보호자들도 민감해요.
조용히 환자 방을 돌고 있는 분이 있다면, 눈치껏 제지하는 용기,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