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출근길(외전3) 젊은 선배, 어린 동기, 그리고 나

-만학도 간호사 살아남기-

by 에스


900%EF%BC%BFfile%EF%BC%BF000000001e0051f78db0101c90652614%EF%BC%BFconversation%EF%BC%BFid%3D67ef601b%EF%BC%8D63a8%EF%BC%8D8007%EF%BC%8Da3c6%EF%BC%8Dfb02172e870b%EF%BC%86message%EF%BC%BFid%3D978cb3ad%EF%BC%8Dc6ec%EF%BC%8D486d%EF%BC%8Da666%EF%BC%8Ddb2f11.jpg?type=w773 AI 생성이미지 (출처: chat GPT)



간호학과에 입학한 만학도 분들을 보면, 저는 늘 존경심이 생깁니다.

가정, 경력,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저 진짜 열심히 할 자신 있어요. 늦었지만 누구보다 절실해요.”


그 진심, 충분히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냉정하기도 해요.

간호사의 세계는 ‘절실함’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조금은 각박한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특히 ‘만학도’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는 분위기 역시, 분명 존재합니다.

“지금 나이에 왜 간호사를?”

이런 말이 들려올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준비가 필요합니다.

‘진짜’ 간호사로 오래 살아남기 위해, 현실적으로 꼭 알고 계시면 좋을 이야기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인수인계는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병원은 인수인계로 돌아가는 구조예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다음 근무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면 꼭 물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모르고 한 일이 인수인계거리가 될 수도 있어요.

이건 정말 자주 있는 일입니다.


몰라서 한 실수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어보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중해서 하는 행동이에요.

작은 실수도 꼬리를 물고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2. 이전 경력, 병원에선 다시 0부터입니다


예전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든, 병원에선 모두가 신규입니다.

팀장, 매니저, 자영업자였던 경험은 훌륭하지만, 간호사 업무는 전혀 다른 언어와 리듬을 가집니다.


병원에서는 "내가 해오던 방식"보다 "이 병원에서 통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요.

기존의 자신감보다는 유연함이, 빠른 적응으로 이어집니다.


예전 경력은 마음속 자산으로만 간직해 주세요.



3. 손이 느리다면, 병동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마다 ‘빠른 손’을 요구하는 곳이 있고, ‘정확한 손’을 요구하는 곳이 있어요.

입퇴원이 많거나 수술, 응급 상황이 잦은 병동은 속도전입니다.


특히 손이 느리다고 느끼신다면, 처음부터 액티브한 병동은 피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자신의 스타일과 체력을 고려해 병동을 선택하는 건,

생존 전략이자 나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4. 조무사 경험, 말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간호조무사로 일하신 경험이 있다면 병원에 대한 감이 빠르실 수 있어요.

그 자체로 분명한 강점이지만,

간호사와 조무사는 역할 자체가 다릅니다.


조무사 경력을 이야기하면,

병원이나 동료들이 기대하는 눈높이가 생각보다 높을 수 있어요.

"익숙하겠지", "이건 알겠지" 같은 기대 속에서

정작 처음 해보는 일에도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때로는 본인이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도 커져서

실수했을 때 더 좌절하게 되기도 해요.


그래서 조무사 경험은 내 안에서 기초로 삼되,

새로운 내용은 완전히 새로 배우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굳이 병원에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말 안 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5. 남자 만학도, 느리더라도 정확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아직도 병원에서 남자 간호사는 드문 편입니다.

그만큼 눈에 띌 수밖에 없고, 나이까지 있다면 주변의 기대치가 다른 사람과는 달라요.

‘몸 쓰는 일은 잘하겠지’, ‘책임감도 있겠지’ 하는 막연한 시선들이 따라붙죠.


제가 만났던 남자 만학도 선생님 두 분은,

확실히 일도 느리고, 일머리도 늦게 트이시는 편이었어요.

한 분은 결국 힘들어하다 그만두셨고,


다른 한 분은 느리긴 했지만, 실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투약오류나 중대한 사고 없이,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며 일하셨죠.


속도가 중요한 병동일수록 답답함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일은 느려도, 실수가 없는 사람’은 분명히 강점이 됩니다.

그게 바로 동료들이 신뢰를 보내는 지점이기도 해요.


속도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어요.

그 전에 필요한 건 정확함, 그리고 책임감 있는 태도입니다.


남자 간호사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출근길 외전 – 남자간호사의 출근[링크] 도 함께 읽어보세요.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틀린 길은 아니에요.

조금 더 신중하고, 조금 더 오래 걸릴 뿐.

그래도 간호사로 살아가는 길은, 분명 그만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 길을 선택하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keyword
이전 26화출근길(외전2) 병풍에서 실습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