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이’ 때문이다. 사실 나이 문제는 공부를 하는 내내 풀지 못한 숙제였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체력 관리에 쏟아야 한다거나, 암기력이 떨어져 수십 번을 반복하고 쓰고 말해보아야 외워진다거나, 사십 대 후반에 신규 교사랍시고 조회시간에 나를 소개할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것도 물론 문제였다. 그러나 나이가 나에게 준 결정적 압박은 이런 것이었다
‘너는 왜 그 나이 먹도록 너의 현재를 사랑할 줄 모르는가?'
불합격이 거듭되면서 나는 이렇게 오래 시험을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는 이미 20대에 정규직 열차에 탑승하여 안정된 생활인이 된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나의 일기장은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나의 대한 질책과 부정으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했다
.... 내가 일찍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나의 부모가 나의 진로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써 주었더라면,..
후회와 반성을 넘어서서 나는 나의 삶 전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 순간만큼은 인생에서 최선을 다했고 행복하다고 생각한 시간이 아니었는가. 안정된 정규직 이외의 삶은 가치 없다고 부정되어야 하는가. 나는 왜 현재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살다가는 인생의 절반을 우울하게 지낼 것 같았다. 나에게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험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