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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체리 May 03. 2020

시험중독 탈출 프로젝트1 -차단 친구 목록을 해제하라

       

                                         

연락을 하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도 없다





휴대폰 친구 목록을 세어보니 지금 당장 연락 가능한 친구 수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시험에 방해가 되는 인간관계는 과감히 정리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너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젊은 애들을 이길 수 있겠어? 하나마나 진 싸움이야."


라고 했다가 영문도 모른 채 정리를 당했다. 또 다른 친구는 공무원 생활의 자부심을 장황하게 표현했다가 열등감을 자극한 죄로 친구 목록에서 차단 처리되었다.

           

나의 '차단' 혹은 '숨김‘ 친구가 된 사람들은 단지 나보다 현실적이거나 조금 눈치가 없었을 뿐이다. 가끔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시험에 붙으면 술 한 잔 산다고 다시 연락해봐야겠다.'라고 마음 한편에 미뤄두었지만, 매번 불합격했기 때문에 나의 오픈 마인드를 보여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제 시험을 그만두기로 했으므로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의 노끈을 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나도 한번 올해 다시 달려볼까?



임용고시 수험생이 3월쯤 나누는 첫 대화는 늘 '올해 다시 할 거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들의 SNS에는 '비긴 어게인'이라던가'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멘트나 공부를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친구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나만 공부를 안 하고 있다가 올해 모집인원이 대박이라도 난다면? 

작년 성적이 나보다 안 좋았던 애도 다시 시작하는데 내가 안 하면 손해 아닌가? 

다른 애들은 다 붙고 혹시 나만 남는 거 아니야? 



불길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불안함에 쫓겨 나는 결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나의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헷갈리는 지경이 된다. 나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라고 처음에 품었던 생각은 남들이 나보다 더 잘될까 봐 나만 뒤쳐질까 봐로 조금씩 변질되고 있었다.


내가 옹졸하고 질투심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나의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시험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에 있었다. 나는 시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차단했던 친구 목록의 자물쇠를 풀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눈먼 경주마 같은 나에게 내가 모르는 경마장 밖의 풍경을 말해 줄 것이다.


 수험생 친구들만 만나다보면 남 잘되는 꼴 보기 싫어서 또 공부를 시작할까 봐 겁도 났다. 교사, 공무원이 아닌 친구들이 그럭저럭 무난히 잘 살아가는 것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작 좀 해라.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공부냐.’는 친구들의 말에 상처를 받으며 나 자신을 단련할 때가 이제는 된 것 같았다.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스스로 묶었던 안대를 풀고 세상을 넓게 보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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