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타이타닉(1998)> 리뷰
1. <타이타닉>을 관람하는 내내 ‘아이러니’가 강하게 느껴졌다. 작품의 가장 큰 줄기인 ‘로즈 드윗 부타(케이트 윈슬 분)’와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사랑을 포함해 ‘타이타닉’이라는 거대 함선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아이러니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2. ‘로즈’는 운명을 싫어하지만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존재이다. 몰락한 가문의 외동딸인 그는 자신과 어머니의 상류층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어머니로 인해 ‘칼 헉클(빌리 제인 분)’과 약혼을 하게 되는데, 그는 이렇게 정해진 자신의 운명에 큰 거부감을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 절망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다는 소극적 저항을 하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운명처럼 다가온 ‘잭’에 의해 구해짐과 동시에 자신과 다르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잭’의 매력에 이끌리게 된다. ‘잭’은 운명을 따르는 존재이다. 발길 가는 곳으로 향하는 그의 삶이 그를 ‘타이타닉’으로 이끈 것이 전재산을 건 도박이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자신을 구속하는 운명을 증오하는 ‘로즈’와 바람 같이 떠도는 운명을 따르는 ‘잭’의 만남은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3.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타이타닉’도 아이러니가 가득한 곳이다.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모른 채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서사부터, 진심을 숨긴 채 허례허식으로 소통하는 상류층의 모습, 그럼에도 진실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며 멋있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모습 등 수많은 형태의 삶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영화는 담아낸다. 이를 통해 작품은 삶은 아이러니함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말한다.
4. 이러한 아이러니한 삶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사랑이다. ‘로즈’와 ‘잭’은 아이러니한 배 위에서 하루 동안의 진실된 사랑을 나눈다. 뱃머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전시된 차 속에 숨어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들의 사랑은 배가 침몰한 이후에도 이어진다. ‘로즈’는 모함을 받고 갇힌 ‘잭’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찾아 배 아래로 내려가고, 이후 구명선을 타고 탈출할 기회가 생겼음에도 ‘잭’과 함께하기 위해 이를 포기한다. 이는 정해진 운명만 따르며 살아가던 ‘로즈’가 자신의 의지를 따라 살아가게 됨을 보여준다.
5. 그러한 점에서, 초반부 목숨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로즈’에게 삶의 의지를 되살려준 ‘잭’의 사랑은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잭’과의 사랑을 통해 ‘로즈’는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을 희생하고 떠난 ‘잭’의 사랑을 가슴에 담은 채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 후 미국에 도착한 이후 자신을 ‘로즈 도슨’이라고 칭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잭’으로 인해 다시 태어났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은 ‘잭’과의 약속처럼 자유로웠고, 약속을 지키고 생을 마감한 후 ‘타이타닉’에서 모두의 환호를 받고 ‘잭’과 재회하는 ‘로즈’의 모습은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6. <타이타닉>은 아이러니가 가득하고 처절한 비극의 현장에서 피어난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이러한 사랑마저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만큼 삶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이러한 불확실함이 삶을 빛나게 할 수도 있음을 말하는 작품이다. <타이타닉>은 비극의 처절함을 놓치지 않았음과 동시에 그 속에서의 사랑과 희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