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정화를 권고합니다
윤호의 휴대폰이
늦은 밤에 울렸다.
메시지 알림 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시간이 달랐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화면을 켜자
낯익은 이름이 떠 있었다.
루프.
윤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를 열었다.
[시스템 알림]
최근 사용자 서아의
감정 안정 지수가
기준치 이하로 변동되었습니다.
관계 환경 요인 분석 결과,
가족 내 소통 단절이
주요 변수로 확인되었습니다.
관계 안정화 개입을 권고합니다.
윤호는 그 문장을
끝까지 읽고도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
경고도 아니고,
명령도 아니었다.
그저
권고였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윤호는 소파에 앉아
집 안을 둘러봤다.
미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서아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집은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윤호는
메시지 아래에 있는
선택지를 보았다.
개입 권고 수락
현 상태 유지
개입 권고를 누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윤호는 알고 있었다.
대화 유도 문장 생성
감정 완화 알고리즘 적용
보호자 소통 가이드 제공
시스템은
가족을 다시 연결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의 마찰 없는 상태’를
유지하려 할 뿐이다.
윤호는 문득
보고서에 쓰지 못했던
그 문장을 떠올렸다.
개인 AI는 이미 약화된 관계를
파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메시지는
그 문장의
다음 문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호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 선택은
아빠로서의 선택일까.
연구원으로서의 선택일까.
아니면
이제는
시스템의 판단을
따라야 하는 순간일까.
그때,
서아의 방문 아래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윤호는
손을 멈췄다.
루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촉도,
추가 설명도 없었다.
다만
화면에
그 문장만 남아 있었다.
관계 안정화를 권고합니다.
윤호는 아직
어떤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이미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윤호는 알고 있었다.
시스템은
감정을 느끼지 않지만,
감정의 방향을
먼저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