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지 않는 사람
그날 밤, 미라는 집에 오지 않았다.
윤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카페에 조금 더 있다 오겠지.
걷다가 늦어졌겠지.
시계는 아홉 시를 넘겼고,
열 시를 지나
열한 시가 되었다.
윤호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제는 서로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는 게
예의처럼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아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집 안은 이상하리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윤호는 부엌 불을 켰다.
미라가 아침에 열지 않았던 밥솥이
그대로였다.
그제야 윤호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 열한 시 반,
윤호는 미라의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한 번, 두 번 울리다가
연결되지 않았다.
윤호는 끊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다
전화가 끊겼다.
윤호는 소파에 앉아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문득 이 집에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운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윤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메시지였다.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갈게.
걱정하지 마.
짧았다.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윤호는 답장을 쓰지 못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한다는 말은
지금 와서는
너무 늦은 감정 같았다.
윤호는 서아의 방문 앞에 섰다.
“서아야.”
대답은 없었다.
이어폰 너머의 세계는
여전히 단단해 보였다.
윤호는 거실 불을 끄고
주방 불만 남겼다.
이 집에서
불 하나만 켜진 밤은
처음이었다.
자정이 넘었을 때,
윤호는 문득 깨달았다.
미라는 집을 나온 게 아니라
역할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날 밤,
윤호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들지 못했다.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전에도 늘 비어 있었지만
오늘은
그 비어 있음이 조금 달랐다.
이 집에는 여전히
세 사람이 있었지만,
이제는 누가 빠져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윤호를
가장 오래 깨어 있게 했다.
떠나는 사람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집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