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도
울지 않았고,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으며,
특별한 변화도 없었다.
교실은
늘 그랬듯 흘러갔고,
수업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정해진 시간에 끝났다.
나는 가끔
이런 날이 더 어렵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모습은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수는
여전히 적었고,
손은 자주 멈췄으며,
시선은 종이 위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계산했다.
이대로
두어도 되는지,
지금
개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어른은
결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특히
아이를 맡은 자리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아이 상태는
좀 나아졌나요?”
누군가의
이런 질문 앞에서
선뜻
대답할 말이 없을 때,
나는 종종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바꾸려 애쓰지 않았고,
상황을
인위적으로 정리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제와 같은 자리에
같은 방식으로 서 있었을 뿐이다.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아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교실에 있었고,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자신의 하루를 보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는
누군가에게 실패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치열하게
지켜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세상에 밀리지 않은 하루였고,
나에게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은 하루였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조금은 바란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그저
무사히 머무는 하루가
필요한 날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