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지만, 예전처럼
미라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현관 불은 켜져 있었고,
거실은 정돈돼 있었다.
윤호는
부엌에 있었다.
냄비에서
물이 끓고 있었다.
미라는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예전처럼
“다녀왔어”라고
말하지 않았다.
윤호도
“왔어?”라고
묻지 않았다.
그 대신
불을 하나 더 켰다.
부엌의 불빛이
조금 밝아졌다.
미라는
식탁에 앉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밖을 잠시 보았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국 안 데웠어.”
윤호가 말했다.
설명처럼 들렸지만
변명은 아니었다.
“괜찮아.”
미라는
짧게 답했다.
서아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미라는
그 불빛을 보고도
문 쪽으로 가지 않았다.
대신
손을 씻고
컵 하나를 꺼냈다.
“커피 마실래?”
윤호가 물었다.
“아니.
물로 할게.”
미라는
컵에 물을 따랐다.
윤호도
말없이
물을 따라 마셨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를
중심에 두지는 않았다.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
이 집은
요즘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서아의 방문이 열렸다.
서아는
부엌 쪽을 보며
잠깐 멈췄다.
“엄마.”
그 한마디에
미라는
고개를 돌렸다.
“응.”
서아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미라도
손을 뻗지 않았다.
그 대신
미라는 말했다.
“오늘은
좀 피곤해.”
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 대화로
충분했다.
미라는
컵을 싱크대에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지 않았다.
살짝
열어두었다.
윤호는
그 문틈을
잠시 바라보다가
불을 하나 껐다.
집은
예전보다
조금 어두워졌지만,
그 어둠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미라는
침대에 앉아
신발을 벗었다.
오늘은
떠난 날도,
돌아온 날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이 집에서
자기 속도를
다시 찾는
첫날 같았다.
돌아옴은
반드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아니다.
어떤 귀가는
관계의 복원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를
다시 존중하기로
합의하는 순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