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 당긴 장거리 연애
장거리 연애로 고민 중인 당신에게
전화통화를 하며 처음 그로부터 '오창'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거기가 어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청주랑 가깝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청주도 도시 이름만 들어봤을 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근 30년을 인천에서만 보냈던 나는 내가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애 초기에는 주로 그가 나를 만나러 인천에 올라왔기 때문에 사실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에 대해서 크게 느끼지 못했다.
내 시간이 중요하고 연애해도 매일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주 못 본 다는 것이 크게 아쉽지 않았고 주말에만 보는 것이 좋기도 했다.
가끔 평일에 연락이 안 되면 답답하긴 했지만 일찍 잠들어서 연락이 안 되었다는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그를 만나러 갈 때는 시외버스를 타고 갔는데 여행을 좋아해서 그리고 그때는 콩깍지가 씌어서 힘든 줄 몰랐다.
금요일 퇴근하고 지옥철을 타고 터미널까지 가서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또 밀리는 버스 안에서 몇 시간을 보낸 후에야 그와 만날 수 있었다.
보통은 그가 터미널로 마중을 나왔는데 한 번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그의 집까지 가야 했다.
한 시간에 몇 대 없는 버스 그리고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한 시간 빙빙 돌아가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풍경 그때 실감이 났다. 아.. 여기는 지방이지.. 내가 진짜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구나..
버스를 타고 오는 나는 그래도 버스에서 한숨 자고 오면 되는데 항상 운전하고 오는 그는 얼마나 더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금요일 오후 나는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언제 오느냐고 채근했고, 그는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을 피해 오고 싶어서 항상 밤늦게 출발했다.
또 내려가서 출근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일요일 점심이면 내려갔고 우리에게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그는 만난 지 두세 달 만에 나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냈다. 나중에 왜 그렇게 빨리 결혼이야기를 꺼냈는지 물어보니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들기도 했고 매번 운전하며 왔다 갔다 하는 장거리 연애가 너무 피곤했다고 했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등 TV에서 나오는 연애프로그램들을 보면 출연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이다 보니 항상 장거리 연애가 이슈가 된다.
서로의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대화조차 나누어볼 필요가 없는 큰 허들로 작용하는 것을 본다.
1년 반의 장거리 연애를 마치고 결혼해서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장거리 연애를 돌아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서로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그게 가끔은 서운한 마음을 불러왔다.
좀 피곤해도 보러 와주면 좋겠는데 하는 욕심이 들 때도 많았다. 그 서운한 마음이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나를 괴롭혔다.
또 싸웠을 때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들이 아무래도 수화기를 넘어 이야기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더 감정이 상해 오래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결혼하고 6개월 정도 주말부부로 지내야 했다. 한 번은 퇴근 무렵에 그와 통화하다가 서로 감정이 상했다. 돌아보면 진짜 별거 아닌 문제였다. 쌍둥이를 양육하는 옆자리 선배님을 보며 너무 힘들어 보인다라는 나의 말에 그가 너는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된 것 같아라고 했고 거기에 발끈한 내가 당신이 믿음을 주지 못하니 아직 내가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수를 꽂았다. 그 후로 2주간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가족의 연락도.. 그 2주간 내에 여행까지 예약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혼자 여행을 가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국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시아버지가 그에게 연락을 하셨는지 어찌어찌하여 그와 다시 연락이 닿았고 사과하며 마무리되긴 했다. 물론 결혼하고 주말부부로 지내며 2주간 연락이 안 되는 우리의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장거리 연애의 경우 더 많은 믿음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긴 하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고 또 보고 싶어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장거리 연애를 한다면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서로의 생활패턴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연애는 잠깐의 데이트 시간이지만 말 그대로 결혼은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생활 그 자체다. 가까이 있어서 매일 보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생활패턴을 파악할 수 있지만 장거리 연애의 경우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한정적이다 보니 그 패턴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연애기간에는 포장(?)을 잘하기도 하고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가 게임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우리는 주말에만 만났기 때문에 주로 그가 인천에 올라와 집 밖에서 만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느라 바빴다. 내가 그가 있는 오창으로 내려갈 때면 보통 회사동료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그가 좋아하는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가 게임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그렇게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 신혼 초에 주로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나가기 원하고 그는 집에서 게임하기를 원하고 그가 게임을 할 때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다. 생활패턴이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면 아무래도 다툼이 적을 것 같다.
장거리 연애에서 체력은 필수다. 아무리 교통이 많이 발달해서 서울에서 부산도 ktx로 두 시간 반이면 간다고 하지만 그 앞뒤로 이동하는 시간들까지 따지면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하다. 자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숨 막히는 교통체증과 운전의 피로도를 무시할 수 없다. 몸이 피곤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짜증이 늘게 된다. 나를 보기 위해 긴긴 거리를 힘들게 와준 상대방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표현해주어야 한다. 쉽지만 어렵다.
나의 입장에서만 표현하다 보니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의 장점보다는 아쉬운 점들만 나열한 것 같다. 그래도 어마무시한 거리를 뚫고 장거리 연애에 성공해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커플들을 많이 본다. 거리 때문에 만남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만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둘 사이의 거리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리고 위에서 내가 말한 단점들도 둘이 잘 상의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사실 별거 아닌 문제들 일 수 있다.
장거리 연애 중인 모든 커플들~ 예쁜 사랑하시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