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플브레이커 Jul 22. 2023

결혼할 운명은 따로 있다?

그와 나의 첫 만남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조금 놀란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거예요?'

물론 노노!! 그와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댁에서 다시 만났다.

인연을 중시하는 나는 20대 후반까지도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 댁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그가 갑자기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내 기억 속 그는 약간 통통하고 착하고 순한 아이.  같은 조였던 적도 있었지만 딱히 그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사실 그 모임 전에 20대 중반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 아마 그가 군대에 입대하기 전이었던 것 같다.

그는 중국에서 대학교를 나왔고 졸업 후 늦게 군대에 갔는데 입대 전에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진 것이다.

그의 프사는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고 있는 사진. 말 그대로 폭주족 같았다. 속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힘들게 유학까지 보내주셨는데 왜 공부는 안 하고 저렇게 날라리 같이 살고 있을까'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헤어졌는데 우연히 선생님 댁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선생님댁에서 다시 본 그는 참 깔끔해 보였다. 짧은 모히칸 머리에 카라셔츠가 잘 어울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20대 중반에 내가 가졌던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상태에서 스무 살에 말 그대로 중국에 떨어져서 혼자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말도 안 통하고 길도 몰라 한 달 동안 집에서 초코파이와 물만 먹으며 창밖을 보고 계속 생각했다는 올드보이 같은 이야기

물론 대학시절 공부는 열심히 하진 않은 것 같지만 취미로 시작한 오토바이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상금도 타고 스폰서도 있었다는 이야기

재미있는 그의 유학시절 에피소드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그간에 가졌던 선입견도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그가 정말 생각 없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름대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인천에 거주하고 있었고 그는 회사 때문에 청주에 거주하고 있었다. 선생님댁은 대전.

선생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가 자기도 인천에 갈 일이 있다며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물론 단 둘은 아니고 뒷자리에 다른 친구도 같이 탔다. 뒷자리에 탄 친구가 계속 자는 바람에 그와 나는 돌아오는 길에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그에게 들어보니 인천에 갈 일은 없었는데 나와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태워다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친구들 중에는 나의 쏘울메이트도 있었는데 하필 그날 같이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만약 자기가 그날 선생님댁에 함께 갔었다면 너희 둘이 결혼하지 못했을 거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한다.


결혼할 운명은 따로 있다고 했던가? 참으로 로맨틱하게 그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전 01화 결혼 7년 차, 협의이혼 담당자의 결혼과 이혼사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