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공백 Jul 23. 2023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따줄게

달콤했던 연애시절

선생님댁에 다녀오고 나서 그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종종 그에게서 안부를 묻는 카톡이 왔고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 약속을 잡았다.

바다가 보이는 뷰 좋은 카페에서 그동안의 삶과 연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즐거웠다.

그때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서로 빛이 났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의 차 안에서 우리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나는 20대 후반까지 공부를 하느라 사실 연애도 여행도 다양한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갈망이 컸고 그 당시에 입사를 기다리면서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는 일과 주말에는 여행가이드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나는 수도권에 그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만나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그래서 점차 데이트를 위해 주말 과외와 가이드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예쁜 풍경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한 나는 예전부터 연애 시 진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예전 남자친구와는 일주일정도 기간으로 전국을 찍으며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별다른 계획 없이 훅훅 떠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역마살 기질을 그도 처음에는 많이 맞춰주려 노력했다.

개리의 사람냄새 노래를 함께 들으며 그동안은 일만 하며 재미없게 살아왔는데 나와 함께 알콩달콩 재밌게 살고 싶다는 그의 말이 참 와닿았었다.

연애시절에는 별도 달도 따준다며 뭐든 해준다지 않는가? 그 당시에는 어디 놀러 가고 싶다고 하면 강원도건 부산이건 힘든 내색 없이 함께 가주었다.

직접 내가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 그때야 알게 되었다. 차량의 후미등이 은하수처럼 펼쳐지는 금요일 밤의 교통체증을 뚫고 청주에서 인천까지 온다음 다시 나를 태우고 강원도까지 갔다가 다시 나는 인천에 내려주고 청주로 내려가는 그 길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지를...


한 번은 그와 부산여행을 갔다가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혹여 그가 졸릴까 봐 옆자리에서 조잘조잘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만약에 자기가 운전하고 있는데 내가 옆자리에서 자고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사실 그때 나도 엄청 피곤해서 눈 좀 붙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화날 것 같아"라는 돌아온 대답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 후로 어떤 논쟁을 벌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 전 남자친구와 비교가 의미 없는 걸 알지만 예전 남자친구는 자기가 운전할 때 내가 옆자리에서 곤히 자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자기를 믿고 편안히 쉬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의 반응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화까지 날 일인가?'

결국 논쟁 끝에 운전을 교대하고 내가 핸들을 잡았다. 사실 그때 나는 장롱면허로 운전경험이 거의 없었다.

면허시험 후 한두 번밖에 운전을 안 해본 내가 비가 억수 같이 쏟아져 차선도 잘 안 보이는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인천까지 도착했다.

그때 진심으로 무서웠지만 진짜 오기로 끝까지 운전했던 것 같다.

그와 살면서 나의 운전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주말이면 아이와 단둘이 울산 당일 치기를 할 정도로..^^;;


연애경험이 많이 없던 나에게 그래도 그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끔 투닥투닥할 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 그때는 사랑의 호르몬이 넘쳐나서 인지 그의 모든 것이 참 좋아 보였고 뭐든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고, 함께 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 우리에게도 그런 빛나는 시간이 있었지.

이전 02화 결혼할 운명은 따로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