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 협의이혼 담당자의 결혼과 이혼사이
내가 결혼과 이혼에 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
2015년 가을, 나는 3개월 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막 입사한 1년 차 새내기로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회사업무 적응도 힘이 들었고,소문과 오해가 무성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렵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이미 상견례도 끝내고 결혼식장까지 계약되어 있는데과연 이 결혼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하고 있었다.
신중한 나의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러다가는 결혼식장에 신부입장 할 때까지 고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우연히 회사 내에 상담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문을 두드렸다.
상담선생님께 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선생님은 먼저 결론을 내리셨다.
이미 내 안에 답이 있고 상담선생님께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시겠다고
매주 한 번씩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은 그날그날 과제를 내주셨다. 예비신랑과 나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
한주간동 안 그 질문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그리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던 것 같다.
어느 날 과제 중 이 사람과 결혼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종이에 차분히 적어보다가 깨달았다.
성실하다. 경제관념 있다. 우리 가족에게 잘한다 등 좋은 점보다 고집이 세다, 대화가 잘 안 된다, 표현을 잘 안 한다 등 나쁜 점이 더 많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나쁜 점이 더 많지만 이유 없이 끌린다는 것하지만 결혼하고 살다 보면 서로 맞출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아니면 말고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약간은 위험한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아무리 우리 안에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유전자가 프로그래밍되어있다고 해도 신랑과 나는 정말 극과 극의 사람이었다. 또 둘 다 고집도 세고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가는 성향이라 신혼 초부터 마찰이 잦았다.
신혼 초 한창 좋아야 할 시기에 그때부터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느낀 것처럼 그도 그랬겠지만.
각종 결혼과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고 강연을 들으면서 내가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결혼을 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결혼 전에도 보지 않았던 궁합과 사주를 보러 가기도 했다.
'결혼하면 다를 거야'라는 생각이 '아이를 낳으면 다를 거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관계는 더욱 틀어져만 가고 대화는 없어졌으며 아이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내가 이상해서 자꾸 문제가 생기나 싶어 신랑과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주변사람들에게 고민상담을 하게 되고
자꾸 나의 억울한 상황을 하소연하게 됐다. 물론 털어놓는 그 순간에 속 시원하기는 했지만 궁극적인 해결은 없었고 오히려 독이 될 때도 많았다.
나도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기운만 퍼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위로받고 싶어서 남에게 얘기했다가 오히려 더 깊은 상처가 돌아온 적도 많다.
남과 대화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신랑과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이라는 도구가 떠올랐다.
결혼 전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며 내가 결혼을 결심했던 것처럼지금의 내 상황과 마음들을 묵묵히 적어가다 보면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협의이혼 업무를 맡게 되면서 뭔가 지금의 상황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하루 종일 이혼서류를 접수받고 있지만 싫상은 민원대 넘어 그들 부부와 전혀 다를것 없는 나의 결혼생활ᆢ 이혼해? 말아? 하루에도 수십번을 스쳐가는 생각들
이제 누구 붙잡고 하소연하기전에 이곳 대나무밭으로와 속시원히 외치고 싶다
무엇보다도 결혼과 이혼에 관한 글을 쓰면서 그동안 나의 결혼생활도 돌아보고 복잡한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