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 켄고 Kuma Kengo
도심 속 미술관
네즈미술관은 도심 속 미술관이다.
신주쿠 같은 ‘인간 지옥 번화가’에 비하면
비교적 한산한 위치이긴 해도
오모테산토 부근이라 만만치 않은 곳(?)에 위치한
도심 한복판의 미술관이다.
아마 네즈미술관의 장면들을 사진으로만 접한다면
한국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처럼
‘그랜드 한 자연을 배후로둔 미술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번잡한 도시와는 대조되는 장면들을 가졌고.
미술관을 관람하는 내내
도시 한복판의 미술관을 산책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자연 속의 건축을 탐험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듯했다.
‘반복’과 ‘떼’의 건축가
이 건물을 설계한 쿠마 켄코에 대한 명성과 평가는 이미 넘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복’과 ‘떼’의 건축가>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같은 어휘의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그 반복적인 요소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보면 이해가 될 듯하다.
네즈미술관에서도
쿠마 켄고의 다른 건축물과 같이
진입부터 ‘반복’과 ‘떼’로 시그니처를 굳건히 한다.
무심코 찍은 네즈미술관 외부 진입구
사진 한 장에서
수직으로 곧게 자란 대나무들이 줄 서있고
수직으로 곧게 줄 서있는 수직 메탈 담이 연속되고
수직적으로 대나무가 벽에 줄지어 연속되고
수직적으로 골을 만든 메탈 지붕까지
‘반복’과 ‘떼’의 기법을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수직요소와 통일성에 집착하는
건축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심적 압박이 오는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디테일한 집착들이
공간을 기억하게 만들고,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
그 집착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시퀀스
어느 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그 건물을 기억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명하고 좋은 건물도 주차하고 출입구까지 가는데 고생한번하고나면
아무리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도 좋은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는 것처럼.)
네즈 미술관은 외부 진입에서부터 매표소까지
거쳐가는 장면, 장면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
담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도시의 풍경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갑자기 일본의 한적한 시골 미술관에 온듯한
여정이 시작
루버로 된 담장과 대나무를 사용해
이중으로 담장을 만들어
외부 차로랑 거리를 두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대나무로 마감된 외벽에 집중하며 걷다 보면
벽이 끝나는 모퉁이 부분에서는 재료가 바뀌며
또다른 수직의 요소가 반복되는 면이 등장한다.
대나무 담장 - 대나무 외벽 - 수직메탈루버 로
연결되는 시퀀스를 경험하게한다!
가려진 것도 아닌, 드러난 것도 아닌
미술관을 돌아다니다가
흐릿한 커튼 사이로 아파트가 보여
잠시 흠칫하였다.
그래, 이곳은 도심 속 미술관이었던 것
한번 더 상기하고 -
빛은 투과시키면서 시야는 차단하는
이런 재료들로 공간을 분할하면
‘가려진 것도 아닌 그리고 완전하게 드러난 것도 아닌 공간’들을 넘나들며
다음 장소들을 기대하고
지나온 장소들을 기억하게 한다.
공간을 분리하지만 완전하게 벽을 만들지는 않는
쿠마 켄고의 실내 재료 사용의 면면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미술관보다 더 좋은 미술관 카페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정원을 향한 출입구로 나와
좁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네즈미술관 안의 카페 <네즈 카페>가 등장한다.
사방에 초록만 보이도록 만든 이 카페는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엄청난 공력(?)을 들인 공간이다.
특히 비일상적인 느낌을 안겨주는 이 공간의 큰 역할은 새하얀 색의 천정이 맡고 있다.
천정마감재가 우리나라 한지 느낌의 재질인데
은은하게 빛이 들어온다.
유입되는 광량이 균일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자연광인가 싶어서 밖에 나가서 확인해봤는데
언덕 위의 건물이라서 확인은 불가했으나
(저런 빛의 유입을 인공으로 만들어냈다면 건축가를 향한 질투심이 폭발할 것 같아서)
자연광이라고 잠정적 결론을 지어본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네즈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는 약 2년 전인데
이때 한동안 시골에 있는 작은 농가를 설계하는 일에 몰두해 있어서 인지
번잡한 도심속에 있으면서도 나름의 운치를 확보하고 있는 이 공간에 심히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숨어있는 그의 의도들을 생각하며 미술관을 산책하는 시간은
함께 있지 않은 건축가가 말을 걸어오는듯한 느낌까지 받으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던듯하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시골의 농가와는 전혀 다른
힙하고 싶은(?) 새로운 도시의 공간들을 주로 컨설팅하고 기획하는데
예전에 방문했던 이 공간의 기억을
끄집어낸 이유는
임팩트 있는 오프라인 공간만 살아남는,
그리고 임팩트만을 갈구하는듯한 요즘 시대에
쿠마 켄코의
‘반복’과 ‘떼’의 기법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공간의 기법’이 쉽게 소멸해버리지 않을 공간들을 만들수잇는 지혜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 지혜에 귀를 기울여 보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