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뮤지엄] 제약으로부터 모든 것이 생긴다.

쿠마 켄고 Kuma Kengo - 웬만해선 안 갈법한 도치기현 건축여행

by 최지원

관광요소가 많은 대도시가 아닌 곳으로

모험처럼 떠나는 건축 답사는
모름지기
대반전 핵 소름인 씬을 맞닥뜨리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희한한 공간감을 느끼거나
(말도 안 되게 넓거나 높은 천정
건축물에 접근하는 새로운 동선 방식 등)
어쨌든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임팩트’를 느껴야만
어렵게 시간과 체력을 들인 보람이 있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늘 임팩트만 찾아다니는것도 한계가 있고

임팩트가 없는 건축물의 답사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뭐니뭐니해도

사전 정보 습득이 중요,


도치기현의 <돌 뮤지엄>을 방문했을 때는
건축가가 직접 건축물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을 읽어둔 덕에 작가의 의도와

건물에 담긴 스토리가 내재화되어있어

마치 내가 아는 작가의 미술을 오래도록 감상하며

공간에 머무는 내내 ‘아는 사람만 아는’ 감흥이

넘쳤던 답사였다.

(첫인상만으로는 별 ‘임팩트’ 없는건물일수도)


그러고 보면 쿠마 켄고는

본인이 설계한 건물과 그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 꽤 많은 편인 부지런한 건축가다.

그의 수많은 책중에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책을 읽다가
쿠마 켄고의 건축물들을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책을 따라서 돌아다니게 된듯하다.




돌 뮤지엄을 만나기 위해

도쿄에서 출발한 우리는
신칸센을 타고 우츠노미야로
우츠노미야 선을 타고 구로이소역으로
구로이소역에서 도호쿠선을타고

구로다하라 역에 도착.

구로다하라역에 도착 ©energywon




구로다하라역에서
약 6킬로미터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

돌로 된 창고 건물들을 여러 채 발견할 수 있었음.

이동하는 동안에 택시에서 만나게된 다양한 돌로쌓아 만든 창고 ©energywon

아무래도 돌 쌓은 모습이 익숙해 보여

한국에서 건너온듯한 건축기법이 아닐까

유추해보기도 하면서 이생각 저생각 하다 보니





이런 비일상적인 느낌의

어딘가 숨겨져 있어야 할 것 같은 건축물이

별다른 예고 없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길가에 너무 훤히 드러나있어

살짝 당황 1회.




교토에 갔을 때
<안도 다다오의 명화의 정원>이
이런 접근이어서 좀 당황했던 장면과 겹친다

교토 <명화의 정원>도 길가에서 이렇게 미술관이 다드러나보여 뭔가 비일상적인 미술관의 공간과 도로가 맞닥들인 모습이 낯설어보였었다. ©energywon




돌 미술관은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에 수많은

돌 창고 중 하나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미술관이고,

아시노석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건축주였음


그리고

프로젝트마다 항상 어떻게든 제약사항이 따르는데
이 프로젝트의 제약은

예산이 적다는 것이었음

(거의 모든 프로젝트의 문제 아닌가)


그러나
고상한 빛깔은 아니지만

아시노석이라는 재료가 풍부하게 있었고
오랫동안 이 돌을 다뤄온 석공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긴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

좋은 조건도 있었음.

(엄청나게 좋은 조건=무한 자재+장인)



이 건물은 기존의 돌 창고에
아시노석을 덧붙여 만든 돌 미술관

(건축가는 기존의 건물과 그라데이션 기법이라고 이야기함)

전시 컨텐츠도 약간의 회화와

정말 돌 에대한 전시가 있음.



돌뮤지엄의 아시노석으로 쌓은 벽 ©energywon

천천히 이 건물을 둘러보면

건물 전체보다는

부분적인 요소들에서 이야기할 것이 많은 편이다.


<돌뮤지엄> 디테일을 보고 감탄할 시간 ©energywon


일반 벽돌 쌓기도 인건비가 높아서 망설이는 건축공사가 있는 요새 건축현장을 몇 번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디테일을 보고 뜨악할 텐데
일정한 크기로 아시노석 루버를 끼울 수 있게

홈을 파고

다른 접착이 없이 그저 끼우는 방식으로

벽을 끼우고 쌓았다.

실제로 목업 작업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일반 건축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할 새삼 여유로운

유희 같은 작업 같아 보였고


아시노석 장인은 돌 만지는 것에는 거의 만랩이라

무리하다 싶은 건축가의 요구도 쉽게 올려쳐(?) 주는 느낌이랄까.


-한 가지 일을 평생 해오고 그것의 달인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또 한 번 생각한다.-


미술관 면면

-건축가의 무리해 보이는 요구를

-씩 웃으며 처리해줬을 듯한 장인의 손길

양측의 티키타카가 느껴진다.


아시노석으로 만든 테이블과 벤치 ©energywon

야외 테이블과 의자의 다리까지 리셉션 가구까지

모두 아시노석을 가공해서 만들었다.


여기저기 덕질한 흔적이 많이 보여

샅샅이 훔쳐보았음


벽의 구멍, 진짜구멍 ©energywon

쿠마 켄고의 마치 인감도장 같은

반복의 요소로 구축된 벽면에서 주목할 점은

바람이 통해도 되는 공간은

아예 그 자리를 비워서 바람과 빛이 통하게 하였고


빛이들어오는 부분도 아시노석, 진짜 돌 ©energywon

막아줘야 할 공간은

아시노석을 6mm로 얇게 가공하여

끼워 넣었는데

마치 불투명 유리처럼 보인다.

넘치는 아시노석만 사용하고

유리값을 아끼려는 시도겠지만

불투명 소재를 다채롭게 사용하는

건축가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로마시대에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도

한다.





돌미술관 ©energywon

돌 미술관의 전시관중

가장 큰 공간은

성수동 대림창고 규모 정도의 창고 공간인데

한동 전체를 쿠마 켄고의 전시장으로 활용 중이다.


약간의 덕질느낌인 디테일 ©energywon



넘겨짚자면

쿠마 켄고의 프로세스는 저런 디테일의 목업을 만들면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꽁냥꽁냥 디테일들을 쌓고 모아서 만들어낸 것

아무튼 전시는 꽤 흥미로웠다.



돌미술관 ©energywon

하늘과 물과 미술관만 있다.

후쿠시마 인근이어서인지

도시엔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돌미술관, 아시노석 굿즈 ©energywon


배낭만 덜렁 메고 떠난 여행이라

극도로 쇼핑은 자제했지만

아시노석으로 만든 소품은 좀 많이 주워 담았다.

(애플 펜슬이 딱 들어가더라고)

그리고 관람하는 사람이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

뭔가 팔아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졌다고 하는

핑계를 대본다.


돌미술관 ©energywon
돌미술관 ©energywon
돌미술관 ©energywon



쿠마 켄고의 여러 말들 중에

-제약은 자연의 별칭이다. 제약으로부터 모든 것이 생긴다.-

는 프로젝트 중간에 환기를 위해

챙기는 문장 중에 하나다.



<제약과 혜택>

도시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적 제약

예산의 제약

재료의 제약 이 따랐지만


고즈넉한 풍경의 대상지

풍부한 아시노석

베테랑 석재 장인

이라는 베네핏이 훌륭했다.


요즘의 프로젝트는

제약이 없는 것에서 가설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도 많아서

오히려 누군가가

규정을 세밀하고 잘게 쪼개 줘서

매뉴얼을 만들어주면

차암- 쉽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약과 베네핏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전체를 예측하고 연결하는 역량>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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