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의 의미 09화

사후 경험

by 재윤

할 게 없었다. 오늘도 심심했다. 맨날 가는 산책도 심심하고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말했다.


"심심한데 뭐 할거 없을까."


"그러게."


"뭔가 새롭고 신선항 경험을 하고 싶어. 그러면 이제 며칠은 괜찮을 것 같아."


"그러면 우리 한번 죽음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때? 죽음은 경험해 보지 못했잖아."


"죽음? 어떻게? 죽으면 돼?"


"아니. 사후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대."


"그럼 한번 가보자."


"어디로 가면 돼?"


"눈을 감고 죽음을 상상해봐."


"알았어."


나는 눈을 감고 죽음을 상상했다. 그곳에서 친구와 만났다. 그리고 흐릿하게 형체가 보였다. 그것이 죽음인가. 그곳은 가계였다. 아주 특별한 음식을 파는. 그곳에서 어떤 음식을 받았다. 그저 흐릿한 형체만 보이는 것이었다. 먹으려고 하자 내 몸으로 음식이 빨려 들어왔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그리고 친구와 붕 떠 있었다. 어떤 곳도 아니고 모든 곳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일까?"


"그러게. 살고 있지 않다는 기분이 느껴져."


왠지 슬퍼졌다. 인생이라는 것에 끝이라는 느낌이 슬픔을 만들었다. 어느새 눈을 떠보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생각보다 슬펐지만 괜찮았다. 그리고 심심해도 죽음이 먼 미래에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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