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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l 16. 2021

이기적인 엄마의 긁지 않은 복권, 사 남매

웃음과 울음의 대환장 파티, 큰아들 생일 기록


어제는 우리 집에 4남매 중 둘째이자 선택하지도 않은 장남 역할을 맡아 생을 꾸려가고 있는  큰아들의 10살 생일이었다.



생일파티 준비, 나는 이런 거 잘 못하고 관심 없는 엄마다. 엄마가 해 줄 수 없는 것은 없다.!! 할 수는 있겠지만 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의견을 항상 피력하는 엄마이기에 이번 생일도 어물쩍 넘기려 했다.


https://brunch.co.kr/@s2939225/55

그런데 며칠 전 쓴 브런치 글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제목처럼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해 줄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잠시, 행동변화는 노우 노우~

결국 , 다시 어물쩍 넘어가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도 밥 한 끼는 잘 먹어야지 싶어서 아빠가 잘 가던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예약 전화인데 아는 지인과의 통화인 줄 알만큼 길어진 통화. 이유는 '코로나 4단계 2인 이상 출입 안 되는 시기'에 '직계가족과 아들 생일'을 내걸고 다자간 협상 끝에 한 예약이라는. 저녁 세팅을 열심히 한 아빠는 졸지에 아들 생일에'한 게 있는' 아빠가 됐고, 나도 내 나름의 역할을 빨리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았다!

케이크에 불 켜고 초 불기 전에 요란 망측하게 노래 불러주기!


그래. 가장 손쉽고도 잘할 수 있는 것, 바로 엄마의 자주 쓰는 육아 스킬 바로. 몸빵이었다.


이렇게 힙합 스타일의 정신 안드로메다 생일 축하 랩을  떼창 해주었을 때까지 생일 파티는 웃음의 향연일 뿐

1분도 못 지나서 온 가족이 오열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이었는데..


이렇게 누나와 동생들이 준비한 10살 생일파티 현장은 순식간에 주인공부터 시작해 눈물바다가 됐다.



시간은 줌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난 오후.

공예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할 테니 셋째를 내보내 달라고 했다. 뭐 팬시 뱅크나 가서 모아둔 용돈으로 동생 줄 자잘한 선물  사 오려나 보지?


그렇게라도 형제끼리 챙기려고 하는 것 보니, 기특하네.

지나가는 생각으로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 아이들의 준비는 그 어떤 파티 기획보다 큰 감동과 진한 눈물을 담고 있는 '꽤 멋진 기획과 선물'이었던 거다.


셋째는 첫째에게 형아 선물 사주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서 누나와 몇 월 며칠까지 갚기로 '노예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런데 동생이 형에게 몸까지 팔아가며 선물한 것은 바로

너프건

사실, 스펀지 총알을 쏘는 이 장난감 총너프건은 누구에게는 한 번쯤 만져봤고 가지기 어렵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장난감이겠지만 이 형제에겐 사연이 있는 물건이다.



셋째가 예전부터 이게 너무 갖고 싶어서 자주 졸랐었는데, 불필요하고, 위험하며, 갖고 싶은 것은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적 목적과 집에 물건 늘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엄마는 습관적으로 사달라는 이 아이의 요청을 거절했고 거절에 익숙해져 그만 포기를 했던 바로 그 장난감이다.


그런데, 자기와 놀이 취향이 비슷한 형도 분명 이 너프건을 가지고 싶다 했던 것이 생각해서, 제법 자기 용돈을 기준으로는 큰돈이 필요한데 이걸 사줄 때까지 아니 사줄 돈을 빌려줄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다고 문구점 구석에 앉아 누나에게 '시위' 끝에 결국 이 선물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너프건을 뜯어보자마자 주인공이 눈물을 터트린 이유는 누구보다 동생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분명 방금 전까지 잇몸 만개하며 웃고 있었는데..


선물을 뜯자마자 너무 갑자기 불에 덴 것처럼 크게 우는 이 아이에게 황당해하는 건 정작 부모인 우리 둘 뿐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 남매의 세계다.


우리는 넓지도 않은 이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도 자신의 레이어에 따라 서로가 모르는 영역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형제의 세계에서. 우리는 부부의 세계에서

같은 장소 따로 또 같이 그렇게.



그렇게 겨우 선물 언팩키징이 끝나나 했다. 그런데 누나의 축하카드를 읽던 아이는 아까보다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니, 나도 눈물이 났다.


저녁 먹는 고깃집에서 동생이 먼저 나가자 쓱 눈치를 보면서 꺼내서 마무리를 하던 누나의 그 고기 향 묻은 생일 카드 전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안녕? 옛날에 찡찡이 었던 너. 이해가 안 되는 행동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야구선수고 내 자랑거리인 우리 동생


최대한 참아주고 웃겨주고 웃어주고 나에게 힘이 되었던 동생. 이제 나의 키도 따라잡고 실력도 따라잡아 조금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윤태가 늘 누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어. 전에도, 지금도.

미래도 큰 힘이 되어줘. ㅡ 누나가



사실,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고 연연연생은 특히 더 그렇듯이 우리 집 아이들도 일상에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싸우면서 크는 모습에 부모로서 힘에 많이 부쳤다.


이 싸움은 도대체 언제 끝나려나, 아니 끝점까지 바라지도 않고

오늘도 서로가 자기주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아우성에 엄마에게 달려들어 상대의 잘못을 목청 높여 이르는데 하루를 다 쓰는 것 같은 이 아이들을 보며


이러라고 많이 낳아서 키우는 게 아닌데.

자괴감이 드는 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로 모두 같이 집에 있는 일상이 많아지면서 큰 아이는 동생을 많이 둔 만큼 일찍 성숙해 사춘기도 일찍 찾아왔다.


아빠 엄마도 연년생인 우리 갱년기도 바통 터치해가면 매년 겪는 부부였다. 이사와 코로나와 함께 집안이 격변하던 시기에 초등 전학을 3번이나 해야 했던 사춘기 딸, 그 딸의 위치를 하루가 멀다 위협하는 연년생 남동생들, 그리고 제일 기 팔팔한 막내까지. 우리 집은 어디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연일 고성방가와 싸움과 잠깐의 평화가 오랫동안 반복이었다.


그런데 가운데 두 아이들이 운동선수의 길을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나고 나서 저절로 적정한 '형제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로 이들의 사이가 급격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직감하고 있었고, 그들도 그저 그렇게 일상 속에 보이지 않는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었는가 보다.


그. 러. 다, 이 모든 것의 계기가 되어 준 오늘 터진

이 축복의 한방.!!!


바로 어제 둘째의 생일

지리멸렬했던,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긴 하지만, 나도 더 사랑받고 싶고 그게 생존본능이었던 그들과 우리가 좋아 낳아놓긴 했지만, 너무나 감당이 안 될 만큼의 쓰나미가 몰려와 최대한 버티기를 해보는 부모와 이 모든 것이 얽힌 복잡한 감정과 관계에 놓인 사 남매가 드디어 어제 대화합의 장을 연 것이다.



특히 이 세력다툼에서 막내들은 한발 물러서 있었는지는 몰라도 큰딸과 큰아들의 그것은 '왕좌의 게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그 무엇이 간혹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대화합의 장을 여니, 그에 따른 부모와 동생들이 모두 그 감동의 도가니탕에 들어앉았다. 그렇게 사 남매 가족에게 특별한 여름밤을 맞게 된 2021년 7월 15일.

둘째의 10살 생일은 이렇게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되어 각자의 마음 어딘가에 곱게 자리 잡았을 거다.


그간의 감정이 한꺼번에 다 몰려들어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뭉클하고 슬프고 기쁘고 기특하고 그랬다. 이런 감동의 현장에서 모두 울 때나 모두 하나의 감정으로 섞여 덩어리로 울 때마다 "왜들 저래"라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며 매번 의연해하는 남편 쪽을 바라봤다.


헉, 그도 조용히 울고 있다.


왜 울어 당신은? 하니 한마디 한다

"부러워서...

그래. 너희는 참 좋겠다. 너희가 그렇게 잘 지내면 너희들의 생산, 제조업체이자 유통업체인 아빠 엄마도 그 보다 더 기쁜 일이 없지.


고맙고, 사랑하고 또 고맙다. 또 사랑하고..

 아빠 엄마 인생의 최고의 작품인, 큰아들 그리고 사 남매.


모자란 이 엄마를 엄마로 선택해주고, 우리를 부모로 선택해 태어나줘서 고맙고

많이 가르쳐주고 있어서. 감사해.


모자란 애미지만 맑은 눈으로 세상을 잘 읽어서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니들로부터  알게 되는 인생의 참된 면 잘 배워 그걸 다시 좋은 세상 만드는 한걸음에 쓰는 괜찮은 부모로 성장할 께.


너희들이 주인일 앞으로의 세상에 한 줌의 흙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모자리기를 다짐한다. 그 다짐이 손아귀로 새어나가지 않게 꽉 쥐고 살아갈게. 그리고 오늘을 기억할게.


아들, 생일 축하해.


케이크 촛불을 끄기 직전에 네가 했던 생일 소원 꼭, 이루어질 거야. 꼭 이루어야만 해  ㅋㅋ


-- 엄마 큰 집 사준다는 아들의 생일 약속으로,

욕망에 눈먼 못난 애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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