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길게 늘어선 그림자 속에서
햇볕은 차분히 자리를 내어주고,
창밖으로 한 줄기 노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길가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
그들의 어깨 위로 스치는 바람에도
일주일의 무게가 서려 있다.
집으로 가는 길,
흘러나오는 라디오 속 노래가
가끔은 먼지처럼 부서지며
휘어지는 길 모퉁이를 돈다.
침묵 속에서 커지는
다가오는 월요일의 초조함과
잠시 멈춰있기를 바라는 마음,
서로를 닮은 듯 서로를 비껴간다.
일요일 저녁,
마음은 다시 월요일의 문턱에 머무르면서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그리움을 품고
어두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