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였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압니다. 책을 읽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말이죠.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정성을 들인 건 다름 아닌 ‘독서’였어요. 책의 힘을 알기에, 평생 곁에 둘 친구가 바로 책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어줬어요. 성우처럼 오바하듯이 연기도 하고, 등장인물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요.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참 좋아했죠.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에요. 전 늘 생각했어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책과 자연이 아이의 호기심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요. 스마트폰, 패드, 텔레비전 같은 작은 화면에는 세상의 모든 걸 담을 수 없으니까요. 상상력은 머리와 마음에서 자라나는 거니까요. 영상은 철저히 제한했어요. TV 화면을 천으로 가려두기도 했고, 고장 난 TV를 몇 달간 그냥 두기도 했죠.
다행히 아이들은 자연과 책을 더 가까이하는 아이로 자랐어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누군가의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볼 기회가 생기면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든다는 거예요. 가끔 친척 집에 가거나, 일주일에 한 번 영화 보는 날엔 그런 모습이 보이죠. 그래도, 전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여기까지 잘 왔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 하나를 공유하고 싶어요.
바로, 엄마가 책을 늘 곁에 두는 것. 어제 오후였어요.
2층 테라스에 널어둔 빨래를 걷으러 가는 길에, 잠깐 방에 들렀어요. 책탑 위에 쌓인 책들 중에서 한 권이 눈에 띄었죠. 작년에 읽었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책갈피를 꾹 눌러둔 부분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 세계로 풍덩 빠져버렸어요. 소리 하나 없는 시간이 꽤 오래 이어졌죠.
그러다 1층에서
“엄마 어디 있어?”
하는 첫째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제야 현실로 돌아왔죠. 참 신기했어요. 1층에 있던 첫째도 책에 빠져 있었던 거예요. 엄마가 위층에 있는지도 몰랐던 거죠.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각자 다른 책 속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어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우리 가족은 책이라는 세계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계속 읽다 보면, 책이 평생의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어줄 거라 믿어요.
오늘, 아이에게 책 한 권 읽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