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님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요양병원에서 갑자기 온 전화

by 에스포맘

오늘내일 요양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가 산소포화도가 낮아서 산소호흡기를 쓰게 되었다며,


하아. 왜 그러실까, 하며 바로 병원으로 갔다.


아침에 씩씩하게 전화 와서

"니 멋대로 하냐!"며 화내셨던 아빠는 어디 가고 산소호흡기를 한 모습에 나는 울컥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항암치료로 체력이 나빠지신 아빠는 혼자 계시시도 못할 만큼 컨디션이 안 좋아지셔서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처음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는 이런데 도저히 못 있겠다 하셔서 3일 만에 퇴원하셨다. 그렇게 또 아빠의 고집으로 집에서 5일 정도 계시다가 기력이 또 떨어지셔서 다시 입원.


그렇게 입원하고 일주일 정도 되어서 이제 퇴원하셔서 가정방문 요양보호사의 간호를 받아야겠다 했는데, 산소호흡기라니.


간호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갑자기 간호사님께서

"마음의 준비를 이제 좀 하셔야 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셨다.


네? 갑자기요?


아빠는 2년 전 암판정을 받고 큰 수술을 하셨고, 항암까지 하셨다. 그것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암판정 전에도 고혈압에 폐쇄성폐질환에, 심부전에 뭐 이런저런 지병들이 있으셨다. 그래도 약 먹으시고 혼자서 사과 농사도 지으시고 씩씩하게 생활하셨었다.


항암을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자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셨고, 연세와 지병까지 있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셨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마음의 준비까지 하라는 간호사님 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급하게 가까이에 계시는 고모들에게 연락을 했다.


큰 병원에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말들이 오고 갔지만 나는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뭘 하긴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태이신지, 큰 병원으로 가 이것저것 의료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지, 아빠가 더 힘들게 마지막을 보내시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모든 결정을 내가 해야 한다는 것부터 나는 무서웠다.


오빠가 곁에 있었더라면 지금의 나의 심적부담감이 반으로 줄었을까? 아니 반의 반으로 줄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나 일찍 하늘나라에 간 오빠가 지금처럼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잡혀있던 항암스케줄을 취소했고, 아빠를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지를 고모들과 남편과 요양병원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 봐야겠지?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


이제 곧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어림잡아 아주 조금은 예상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온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아빠는 산소호흡기를 하는 것 말고는 그대로인데, 그저 살이 많이 빠지시고 기력이 없으실 뿐인데, 마음의 준비라니. 나는 도무지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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