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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by 사유


바람이 자주 드나드는 길가
그늘 많은 담장 아래
쑥부쟁이가 피어 있습니다.
계절이 서둘러 떠난 자리에
늦게서야 도착한 마음처럼.

잊혀진 줄만 알았던 들판에도
보랏빛 하나 번지면
문득,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듯
시간은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누구보다 늦게 피었지만
누구보다 오래 머무는 꽃.
쑥부쟁이는
끝까지 남아
하루를 환하게 합니다.


살아낸다는 건
크게 피는 것이 아니라
시들지 않는 일임을,
이 작은 들꽃이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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