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 하나, 바람을 붙잡는다
울타리 틈, 돌담 끝
하늘타리는 제 몸을 감으며 오른다.
자라면서도 기댈 것을 먼저 찾는
그 겸손한 본능으로.
누군가는 말한다,
제힘으론 서지 못한다고.
그러나 하늘타리는
기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잡고, 감고, 다시 꺾이며
하늘을 향해 가는 길.
그 속엔 낮은 자리에서
가장 멀리 닿으려는 마음이 있다.
작은 흰 꽃이 피고
가느다란 줄기엔 열매 하나 맺힌다.
비틀리고 흔들려도
끝내 한 계절을 살아냈다는 증표.
서툴고 여려 보여도
조용히 누군가의 곁에 기대어
자신만의 하늘을 향해 오르는
하늘타리의 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