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빛나는 방식으로
산기슭 그늘 아래
산딸나무가 꽃을 피운다.
햇살이 다 닿지 않는 자리에서도
하얀 잎꽃이 차분히 열린다.
크게 흔들지 않고
먼저 나서지도 않는다.
그저 계절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자기 자리를 지키며 피어날 뿐이다.
누군가는
그 꽃이 아니라 잎이라 말하지만
산딸나무는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피는 것보다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여름이면
조그마한 열매를 붉게 물들이고
말없이 뒤를 물려준다.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낸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오래 마음에 남는 존재,
산딸나무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계절을 완성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