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그랬을까
해서 보다는 하지 못해서
남은 후회.
지나 온 후회의 역사를
하나씩 돌아보면서
마음속에서 놓아주고자 합니다.
후회 1
고등학교 때 얘기다.
자율학습 시간,
친구와 화장실 한 칸에 같이 들어가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놈 더 오기로 되어 있었고.
'왜 빨리 안 오지?' 하는 순간
정적을 깨는 노크 소리.
"노크는 무슨, 빨리 들어온나"
살며시 열리는 문으로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는 건 사람이 아니었다.
아~~ 학주였다.
놀란 나머지
손에서 미끄러진 담배는
변기로 다이빙했고
그 생명을 다하는 소리
'지~지찍'
선생님의
강아지 부를 때나 볼 수 있을
그 손짓은
'나와 임마' 였다
선생님 양손이 대형 빨래집게인 듯
우리는 귀 한 짝씩 찝혀서 교무실로 끌려갔다.
친구도 나도,
생전 처음 체포되었지만
친구의 의연한 모습과 달리
난 완전 쪼려있었다.
잠시 후,
선생님의 취조가 시작되었다.
"담배 누가 가져왔어?"
차갑고 매서운 질문.
"제가 가져왔습니다."
친구의 담담한 대답.
"라이터는 누가 가져왔어?"
나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눈빛.
"제가 가져왔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친구의 대답.
선생님은 말없이 나를 째려보셨다.
물론,
친구가 다 가져온 건 맞다.
그래도 공범이면, 범행도구
하나씩 책임지는 게
의리고, 불문율 아니겠는가.
선생님의 몽둥이 세례에
유린당한 엉덩이보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내 비겁함이 더 아팠다.
친구는 괜찮다고,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난 전혀 괜찮지 않았다.
친구에겐 미안하고,
스스로에겐 쪽팔리고...
그래서 굳게 다짐했다.
'다시는...
절대 걸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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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과 60의 중간에 선 지금도
그때 나누지 못한 죄책감은
후회의 연기가 되어
양심에 기침을 유발한다
떡잎부터 멋졌던 그 친구와
오래 전 이별한 담배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