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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May 03. 2023

SaaS 기업의 마케팅과 세일즈팀의 관계가 어색한 이유

각 팀이 '올바른 소통'으로 협업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것

어느 기업이든 특정 팀 간의 관계가 어색한 조직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마케팅과 세일즈 팀이 있죠. 이 팀들 외에도 많이 있지만 해당 팀 간의 소통에 포커스를 맞춘 건 제가 마케터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하. 얼마 전 만났던 지인(SaaS 세일즈 10년 차 이신 통칭 '낙타'님)과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마케터와 SDR, AE간의 의견 차이'였어요. 


'양팀의 의견 차를 좁히는 건 정말 힘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서로 더 좋은 결과를 내는데 집중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건설적인 대화였는데 우리끼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결과 결국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죠. 


소통이 많다고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와 같은 맥락이라기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요. 오늘은 이 '올바른'소통이라는 게 '잦은'소통과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각 팀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협업을 할 수 있을지도 간단히 알아보려고 해요. 




여러분의 비즈니스 조직 분위기는 괜찮으신가요

규모가 크지 않은 SaaS 조직의 팀 구성은 마케팅과 세일즈 조직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보통 '비즈니스' 또는 세일즈 팀 아래 마케팅 파트로 구성되고는 해요. (마케팅 조직이 별도로 분리되는 방향은 최근 3년 들어서 변해 가는 추세인 것 같네요. 그 이전의 마케팅은 세일즈 산하라는 인식이 더 세기도 했으니까요. 기존 제품만 출시하면 반은 성공했던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 SaaS 시장도 점차 레드오션에 들어가면서 독자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등이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이에 마케팅팀도 독립적인 팀으로 분할 되어갔죠.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케팅은 세일즈가 리드를 전환시키기 위한 지원 포지션이다 라는 생각을 가진 경영진 분들도 많았어요. 전반적으로 업계 분위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분위기의 조직에도 있어봤고, 아닌 곳에도 있어봤고 다양한 경험을 했었는데 전자인 경우는 확실히 마케터 입장에서 일하기 어려워요. 마케팅적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마케팅 리드를 모으기 위한 캠페인을 집행하는 업무 방향이 아닌 세일즈 마케팅에 초점이 맞추어진 업무들을 수행해야 했으니까요. (고객 유치를 위해 아웃바운드 콜을 돌리거나, PPT, 덱을 만드는 행위에 집중)


어떤 업무가 우선순위인지는 그 팀이 가지고 오는 매출 여부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SaaS 조직 특성상 마케팅의 우선순위는 한참 낮아요. 마케팅은 직접 매출을 일으키기보다 돈을 쓰기 위해 최적화된 조직이니까요. 


그런데.. 돈을 쓰는 앞단의 마케팅 활동이 없으면 매출을 일으키는 고객들은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요? 



SaaS 마케팅팀과 세일즈의 각자 다른 목표와 우선순위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매출'이잖아요. 이 건 모든 팀에 해당 되지만 그중 세일즈 팀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 이기도 하죠. 마케팅 또한 매출 향상에 제일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나 그 우선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는 약간씩 다르니까요. 이 달라지는 지표들 때문에 서로의 업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일즈, 마케팅 팀에 관한 밈


- 서로 다른 잠재 리드의 기준  

마케팅팀에서 매출 향상을 위한 지표에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들이 모두 해당 됩니다. 예를 들면, 백서나 리포트와 같은 정성과 시간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에셋이요. 마케팅팀이 짧으면 1개월, 길면 3개월 까지 시간을 갈아 넣어 만드는 이 에셋은 들어가는 시간 대비 단 시간에 리드 확보를 하지 못해요. 아주 천천히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주고 고객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이렇게 전문적인 곳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 우선을 두고 만드는 에셋 이기 때문이죠. 마케팅 관점에서는 아주 중요한 활동이에요. 이런 사전 활동이 있어야 연관성이 높은 잠재 리드들을 확보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세일즈 입장에서는 당장의 리드 확보에 우선을 두기 때문에 당장 리드 확보를 할 수 있는 업무들이 딜레이 되는 것이 답답하죠. 또, 백서 발간으로 인해 들어오는 마케팅 리드들은 세일즈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아요.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 보다 정보 탐색을 위한 고객들이 더 많다고 느끼니까요. 


마케팅은 나름대로의 우선순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세일즈 팀은 의견이 다르네요. 물론, 일련의 활동들이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의 리드가 줄어드는 것에 불만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각 팀은 협업을 하는 게 아니라 경쟁을 하는 구조로 돌아가 올바른 커뮤니케이션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 성과 지표의 차이

경쟁사랑 경쟁하기도 바쁜데 팀 간에 오해가 쌓이다 보면 '우리가 MQL 더 많이 했는데, 너네가 SQL로 바꾸지 못했잖아! 뭐!', '너네가 확보해 준 MQL들은 다 별로였어! 그것도 리드냐!?'라든지 와 같은 마치.. 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의견충돌이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이런 케이스들이 쌓여 상호 간의 경쟁심리를 유발하게 됩니다. 


SaaS에서 마케팅은 경쟁 제품의 동향에 따라 더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전략을 준비하지만 세일즈팀은 오로지 가격 경쟁에 집중하게 되죠. 세일즈가 가격 경쟁에 집중하게 되면 마케팅은 또 창의적인 이벤트를 하는 것에 제약을 받습니다. 이런 경쟁 심리가 종종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게 되고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잦은 소통'이 아니라
'올바른 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갈등을 줄이는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은 '빈도'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에 기반합니다. 이를 위해 '올바른 소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서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한 번이라도 있다면 당장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보다 각자가 커리어에서, 업무에서 어떤 걸 지향하고 있는지를 우선 소통해 보세요. 

실제로 제가 팀 간 갈등이 있었던 곳에서 근무할 때의 일화입니다. 당시 세일즈팀원 분들과 항상 의견 충돌이 잦아(거의 리드 확보 문제였어요.) 공식 미팅을 할 때에는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항상 지치고 힘든 표정으로 미팅을 마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 미팅은 일 얘기하지 말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좀 해봅시다 하고 미팅에서 말문을 열었었어요. (당시 저는 팀 리드 포지션에 있었고 이 문제로 인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요.) 

시니어 AE (도입부에서 소개드린 낙타님)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는데 그 시작이 상호 업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본인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이 분야에서 세일즈로 일하다 보니까 마케팅과 세일즈가 항상 티격 태격 하는 걸 봐왔어요. 그 이유가 뭔가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항상 답이 없더라고요. 왜냐면 서로 업무 영역이 다르니까 절대 이해를 못 하는 거야. 그간은 그냥 포기하고 지내왔는데 여기서는 문제가 심각해서 해결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서 이직을 해야 하는데 해결이 안 되면 커리어도 포기하고 그냥 바로 나가야 할 것 같거든요."


본인이 어떻게 세일즈를 해왔고, 미팅을 잡고 세일즈를 한 번 나갔을 때 드는 에너지 소모와, 그렇게 에너지를 소모했음에도 그 고객이 전환될 가능성은 100%도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마음 잡고 다음 고객사 미팅을 갈 때의 허무함. 등 마케터가 막연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세일즈의 업무 디테일과 고객사 미팅시의 상황, 감정, 고객사들의 대응을 들어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낙타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마케팅 입장에서의 고충을 한 가지씩 이야기했어요. ROI를 고려해야 하는 마케터들은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어렵게 만들어진 MQL 리드들이 대부분 고품질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허무감, 세일즈팀에 비해 제한된 인원(보통 SaaS 조직은 세일즈팀이 마케팅팀원들보다 TO가 많죠.)으로 브랜딩, 이벤트/행사 준비, 광고, 콘텐츠와 더불어 리드젠 까지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업무 범위의 대한 부담과 같은 이야기 등 그렇게 한두 시간을 각 팀원들이 각자의 평소 업무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개인의 힘듦을 같이 이야기하며 그동안의 오해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며 다음에는 미팅의 빈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런 자리를 더 가져보자고 하고 그날의 미팅을 마무리했어요. 


이 날 미팅을 마친 후 저는 세일즈 팀장님, 시니어 AE님과 같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더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잘못된 소통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걸 서로 이야기하면서 앞으로는 '올바르기 위해 노력해 보자'라고 결론을 짓고 올바른 소통을 위해 계속해서 상호 팀이 의식해서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가 있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는 미스커뮤니케이션 없이 멋지게 협업을 해나갈 수 있었네요. (가끔씩 트러블은 있었지만, 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그럼 올바른 소통 다음에는, 
기존에 하지 않던 업무 분야를 파보자  


올바른 소통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서로 어느 정도 오해는 풀렸겠죠? 다음 단계로는 각 팀에서 안 하던 업무들을 시도해 보세요. 사실 협업을 위해 같은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항상 하던 업무만 진행하고 있으니 서로의 고충이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잖아요? 세일즈팀에서는 인바운드 리드에 의존하는 의존도를 줄이고자 파트너십, 아웃바운드 리드를 위한 활동들을 기획해 실행할 수 있고 마케팅팀에서는 세일즈팀의 이런 활동들을 위한 업무 자동화 및 적합한 파트너십 기업에 대한 정보 서칭 등을 같이 해볼 수 있겠죠. 


두 팀이 기존에 하지 않고 있는 업무 분야를 찾아보고 협업을 통해 같이 리드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서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 요소도 줄어들게 됩니다.



- 인바운드 리드에 의존하는 세일즈팀이라면 

세일즈팀이 제휴/파트너십과 같은 분야를 멀리하고 있었다면 우리 제품들의 제휴와 파트너십을 통한 수수료 마진을 남기기 위한 전략을 기반으로 세일즈 제휴를 시작해 보세요. 마진 수수료가 높진 않겠으나, 인바운드 리드에만 의존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새로운 BM 모델 창출로 이어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더 건설적인 활동이 될 것입니다. 


- 아웃바운드 활동은 상대적으로 멀리하던 마케팅팀이라면 

마케팅팀의 경우 기존 아웃바운드 리드 확보를 위한 활동 보다 인바운드 리드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매스 마케팅을 위주로 하는 전략을 검토해 보세요. 이는 세일즈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고 어느 팀에서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단순한 업무이지만 상호 안 하던 시도를 통해서 '아, 이 팀이 우리의 의견을 듣고 이렇게 까지 노력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서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 부정적인 소통을 하게 되기보다는 '아! 요즘 ㅇㅇ업무 하신다고 했는데 도와드릴 건 없나요?'라고 올바르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될 겁니다. 



'같은 목표를 향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바른 소통을 할 것'


올바른 소통이라고 간단한 것처럼 적어놓긴 했지만 이미 갈등이 고조된 팀들이라면 당장 ‘우리 올바르게 소통합시다!’라고 말하고 시작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팀의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밈


그럴 때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리를 먼저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비단 SaaS 조직에서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의 마케팅팀과 세일즈는 의견 충돌이 생깁니다. 이를 어떻게 건설적으로 소통하고 해결해나 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 더 높아지거나 유지되는 등으로 나눌 수도 있겠죠. (스타트업이라면 매출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네요. 협업과 조직 분위기가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 이니까요.) 


‘왜 내가 재직중인 이곳만 유독 그러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느 곳에 가서도 다 비슷한 경우가 있으니 지금 내가, 우리 팀이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보세요. '내가 이런 걸 왜 해야 하는데!' 하며 시도하지 않고 기존과 같이 갈등 관계를 유지할 때와 해결을 위해 시도라도 해봤을 때, 시간이 지나 그 순간을 돌아봤을 때 어느 쪽을 더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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