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좋아했던 것들 5 (인스타 후기 장르)
사랑한다 연세
#연세우유생크림빵
생크림 동해에서 수영하다가 생크림 바닷물을 한 입 가득 마신 듯 하얗게 아득해진다.
연세대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연세 우유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생크림에서 헤엄치는 것 같기도 하고. 흑당과 정반대의 극도의 하얀 단 맛extreme white sweet taste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 단맛이 아닌 겨울 단맛이다. 무언가 뜨겁고 열정적인 단맛이 아니라 눈처럼 차가운 단맛.
아침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 건강하고 착해지는 것만 같은 단맛이라면 이것은 결코 착한 단맛만은 아니다. 착한 듯 나쁘고 감사한 듯 죄책감이 드는 단맛. 그것은 이런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이고 교복을 입고 있는데. 고민고민을 하다가 덥석 좋아하는 여학생 손을 잡는다. 그런데 좋으면서도 긴장돼서 손에 땀이 난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좋은데 죄책감이 드는 좋음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이 학생들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진도를 더 나가려고 한다. 이것들이. 너네 어디 학교야. 담임 선생님 전화번호 뭐야. 당장 각자 집에 안 들어가!라고 호통을 치며 혼을 내줘야 할까 말까 혼자 속으로 고민하게 되는 불명확한 경계. 여기서 멈춤pause. 이 빵의 포지셔닝은 아마 그 즈음일 것이다. 이 타락한 세대는 미각도 극도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유행이기라도 한 것인지. 이 과도함이 당혹스럽기도 하고 우아하지도 않은, 무한경쟁 신자유주의 크림빵이다.
자고로 크림빵에 든 크림이라 하면, 수줍게 정체성만 나타낼 정도로 들어있어야 뭔가 점잖고 품위 있는 크림빵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예컨대 보름달 카스텔라 안에 든 크림 정도). 아무리 타락해 봐야 오렌지족밖에 될 수 없었던 엑스 세대의 정서에서 바라보면 이것은 뭔가 상식도 교양도 없는, 근본 없는 크림빵(한 입 베어 물면 거의 한 생크림 일곱 쌍둥이를 출산하듯? 생크림이 터져 나온다)인 것만 같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나름대로 쓴 브라질 핸드드립으로 중화시키려고 하는데, 쓰면서도 단 원두커피맛이 더해져 단맛이 증폭되는 것 같다. 차라리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처럼 흰 우유와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느껴진다. 연세우유크림빵은 연세우유와 함께.
However in conclusion.
맛있다. 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개복치처럼 기절해 그 즉시 새까맣게 잠드는 나에게는 약물처럼 좋은 빵인 것 같다. 잠들기 전에 흰 우유 오백 밀리리터와 함께 먹고 자면 인생은 행복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며 마약에 취한 듯 잘 수 있을 것 같다. 주 1~2회 정도 복용할 가치는 있으니까 별은 세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