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붙이면 삶이 달라진다

이름을 지어요. 그리고 중심을 잡아요. 그러면 그렇게 살아가게 돼요

by KeepWhatMovesMe

이름을 붙이는 순간, 평범했던 삶에 새로운 중심이 생긴다. ‘Beethoven Summer’, ‘모닝 바흐’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에 명확한 이름을 부여하자, 일상도 그 이름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선언하는 것—그것이 진짜 변화의 첫걸음임을 경험했다.


몇 해 전, 우연히 본 SBS 다큐멘터리에서 깊이 각인된 장면이 있다.


책 《쓸모인류》의 저자이자, 67세의 진짜 청년 빈센트. 그는 남이 만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의 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모델링한 그의 집은 빈센트 그 자체였다. 빈틈없이 쓰임새 좋은 공간들, 따뜻한 햇살이 드는 마당, 그리고 다양한 이웃을 초대하는 삶의 태도까지. 그가 집에 붙인 이름은 ‘아폴로니아’였다. 유럽 알바니아 남쪽의 작고 따뜻한 도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촬영 중 PD가 물었다.
“그런데, 집에도 이름이 있나요?”
그는 마치 중요한 진리라도 전하듯,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요. 이름이 있어야 해요.
이름을 지어요. 그리고 중심을 잡아요. 그러면 그렇게 살아가게 돼요.

사실 예전에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름을 짓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름'이 가진 힘에 대한 든든한 지지자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름을 짓는 것만으로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는데, Why not 이지 않을까. 아니, 'Why not' 정도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면, 이름을 붙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작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올해 들어 내 곁에 있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새롭게 명명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Beethoven Summer

베토벤이 흐르는 여름, 그곳에 우리가 있을 거야

이건 내년 여름, 친구 M과 함께 떠날 유럽 음악 여행의 이름이다.

M: 내 꿈은 베토벤의 음악을 유럽 현지에서 직접 듣는 거야.
나: 그거, 내 꿈이기도 해.
M: 진짜?
나: 어, 베토벤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듯!
M: 가는거지?
나: 가는거지.

그렇게 시작된 꿈.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베토벤, 그 찬란한 순간에 그곳에 있는 것.
그 설렘을 1년 내내 곁에 두고 싶어서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 ‘Beethoven Summer’를 붙였다.

앞으로 여행계획이 적혀질 Notion의 페이지, 친구와의 카카오톡 채팅방 모두 이 이름으로 바꾸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Beethoven Summer’**를 스치듯 만나며 우리는 이미 그 여름을 살고 있다

이렇게!


✔ Pulse Haus

심장이 뛰듯, 음악이 살아 숨쉬는 집


ChatGPT가 지어준 이름 및 로고

올해 거실에 새로 들인 '블루사운드'라는 회사의 네트워크 스피커 ‘Pulse’.

탁월한 소리의 이 스피커를 거실에 두게 되면서, 음악이 더 자주 이 집을 가득 채우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에 귀가하자마자 이 스피커를 켜면 소리가 거실 뿐만 아니라 집 전체를 가득 채우는데 '소박한 황홀함'이 아닐 수 없다. 'Pulse'라는 이 스피커의 브랜드도 너무 좋아서 이 이름을 활용해서 내가 사는 집의 이름을 짓고 싶어졌다.

Pulse는 ‘맥박’, Haus는 독일어로 ‘집’. 그래서 Pulse Haus = 맥박이 흐르는 집.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켜는 음악, 퇴근 후 가득 채우는 사운드, 내 방까지 흘러오는 선율…

그 모든 순간이 이 이름 아래에서 더 생생하고 의미 있어졌다.

ChatGPT로 만든 이 집의 로고도 함께 붙였다.(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로고!)

정말로, 이름을 짓고 나니 그 이름처럼 살고 있다.


✔ 모닝 바흐

이른 아침, 나만의 고요하면서도 은은한 시간

몇 해 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호텔 근처에 위치한 성당의 입구에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Morning Bach. 내일 오전 9시.’
호기심에 찾아간 성당. 은퇴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바흐, 지역의 어르신들이 구워온 관람객을 위한 쿠키,
그리고 그 고요하고 경건한 음악 속에 스며든 아침.

나는 그날 이후, 모닝 바흐라는 이름이 가진 고요하면서도 은은한 힘을 잊을 수 없었다.


올해 7월부터 나는 새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5시에 기상해 이른 출근준비를 마치고, 6시부터 1시간,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명상을 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그 시간의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모닝 바흐’라고 부르기로 했다. 실제로 6시부터 KBS 클래식 FM의 <새 아침의 클래식>을 틀어놓는데 이 프로그램이 바로크 음악 위주로 선곡하기 때문에 실제로도 바흐 음악이 거의 매일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모닝 바흐'는 맥락 없이 지어진 이름이 아니라, 정말로 '아침'에 '바흐'가 함께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름이 가진 힘은 이것이다. '나는 아침 5시에 일어날 거야'는 아무런 정서도 없고 그저 의무만이 느껴지지만, '매일 아침 내겐 모닝 바흐가 있을거야'는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하다.


이름은 방향이 된다

어떤 것이든,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고 싶은 것에는 설레는 이름을 먼저 붙인다. 그러면 고된 과정도 기쁜 여정이 된다. 이름은 감정을 움직이고, 감정은 삶을 이끈다. 다시, 빈센트의 말을 떠올린다.

이름을 지어요. 그리고 중심을 잡아요. 그러면 그렇게 살아가게 돼요.

나는 정말 이 말의 꽤나 충실한 아니 열렬한 추종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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