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의 노래 Acquiesce 속의 '우리'는 누구였을까?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게
Oasis의 〈Acquiesce〉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단번에 확신했다. 이건 ‘너’와 ‘나’가 만나 ‘우리’가 되어야 함을 말하는 노래라고. 그런데 오랫동안 ‘너’를 기다린 끝에 문득 알게 되었다. ‘우리’란, 어쩌면 ‘나와 나 자신’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Oasis의 노래 〈Acquiesce〉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https://youtu.be/L_U746 gRbec? si=U-AwK-2 f88 bsl0 Kw
I don't know what it is that makes me feel alive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I don't know how to wake the things that sleep inside
내 안에 잠든 것들을 어떻게 깨워야 할지도 막막하고
I only want to see the light that shines behind your eyes
그저 너의 눈 너머에서 반짝이는 그 빛을 보고 싶을 뿐이야
Because we need each other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지
We believe in one another
우린 서로를 믿고 있어
And I know we’re going to uncover
결국 우리는 알아내게 될거야
What's sleepin' in our soul
우리 영혼 깊숙이 잠들어 있는 그것을
시작 부분도 좋지만 특히 'Because we need each other'로 시작되는 후렴구는 지금 당장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가서 떼창으로 불러야 될 것 같을 정도로 좋았다. 'I'가 아니라 'We'가 되어서 'need each other'를 부르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무려 4번이나 반복되는 가사 'What’s sleepin’ in our soul'는 또 어떻고. 이 구절은 '너와 나'로 이뤄진 '우리'가, 언젠가는 각자의 영혼 속에 잠들어 있는 어떤 것을 깨워주리라는 벅찬 기대와 확신을 가지게 했다.
나와 같은 취향과 같은 생각을 하는 어떤 완벽한 '너'를 만나서 '우리'가 되어, 서로의 영혼을 일깨우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 <Acquiesce〉는 내게 그런 바람을 일깨우는 노래였다.
내 안의 열정과 두려움, 이성과 감정이 넘실거릴수록, 이 벅참과 혼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간절해졌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점점 외로워졌다. '우리'가 되고 싶은 갈망은 강했지만, 정작 그런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좋은 친구들이 항상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들 각자와 ‘나와 다른 점’을 일부러 찾아내곤 했다. A는 내 꿈을 이해 못할지도 몰라. B가 이 두려움을 과연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을까?
어리석게도 나는 백 퍼센트 나와 합일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70~80%의 공통점만 있어도 그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텐데 나는 왜 자꾸 백 퍼센트의 어떤 도달, 합일, 일치 같은 것에 미련을 두는 걸까. 연애는 더하다.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연애라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나 나랑 같은 사람이 나타났지?'로 시작해서, '어떻게 이렇게나 나랑 다른 사람인거지?'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결론내리곤 했다.
결국 돌아보면 나는 같은 취향 또는 의견을 가진 어떤 타인을 대상으로, (불가능한) 백 프로의 이해 및 합일을 바라면서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책과 음악을 유독 많이 좋아하다 보니,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금세 마음이 끌렸다. 내가 애정을 부여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나도 이거 좋아해"라는 한마디에, 나는 ‘아,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같은 걸 좋아한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것. 심지어는, 같은 가치를 말하는 사람도 삶의 어느 순간에선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솜니 님의 브런치 글 <내가 만난 어른> 이라는 글에서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나는 ~ (중략) 같은 생각, 심지어는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믿고 좋아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큰 나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점점 알게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하는 것은, 그가 어떤 것을 좋아하느냐와는 다른 것이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어떤 것이 옳다고 그가 믿는가와도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느냐'보다, 그리고 '어떤 것을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할테니 말이다.
사실 예전에 <알쓸신잡2>에서 유시민 작가가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회상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인상적이라 기록해두었었다.
출처: Youtube - [알쓸신잡2] 인간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 내 마음속 외로움을 인정하는 법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정말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해주는 것이 가능한가요?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알겠어요
이걸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삶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것이 그것 때문 아닌가요?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요(못해요)
그런데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외로워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 완전치는 않아도
나를 깊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되게 세상이 밝아 보이거든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가능성을 꿈꿨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기를. 내 안의 어떤 고요함과 격정을 모두 알아봐주기를 말이다.
그렇게 타인에 대해 생각하고, 또 타인에게 가닿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 있을 때, 우연히 '런베뮤' 창업자인 료 님이 출연한 《최성운의 사고실험》 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멈춰섰다. “내가 스스로의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고백.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과정이 많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길었나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쓸쓸하긴 한데...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느낌이 있어요.
저 진짜 친구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의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었어요
내가 돌아가는 세상과 다른 속도로 가고 있고, 내가 그것과 상관없이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혼자서 하는 것들, 음악을 열심히 듣는다든지...혼자 보내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저의 스타일이 생긴 거고..."
내친 김에 그녀가 쓴 책 <료의 생각없는 생각>을 사서 읽는 중인데 이 부분이 좋아 여러번 줄치면서 읽었다. 이번 주 모닝 바흐(나만의 이른 아침) 시간에 이 책을 읽는 기쁨이 가득하다.
요며칠. 인스타 릴스를 위해 몇 주 전에 번역해두었던 Oasis의 Acquiesce 가사가 다시 떠올랐다. 그동안 이 가사는 한 번도 의심 없이, '나와 타인'으로 구성된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이제 보니, 그 'We'가 '나+타인'이 아니라, '나+나 자신'이라고 해도 너무나 멋진 가사임을 알게 됐다.
갤러거 형제가 무슨 뜻으로 이 가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빛나는 우애(?)'를 고려했을 때, '형제애'는 아닐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여하튼 나는 나의 독창적 해석에 이상한 자부심을 느끼며 오늘부터 이 노래는 '나 &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를 위한 비밀 송가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나 &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가 힘을 합쳐서 우리 영혼 깊숙이 잠들어 있는 진짜 내 자신을 깨워낸다는 것이 어찌나 짜릿한 지.
Because we need each other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지
We believe in one another
우린 서로를 믿고 있어
And I know we’re going to uncover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알아내게 될거야
What's sleepin' in our soul
우리 영혼 깊숙히 잠들어 있는 그것을
며칠 전 대구에서 만난 나의 조카가 얘기한다. 조카는 얼마전 Oasis의 재결합 콘서트를 보러 영국까지 다녀왔었는데, 이번 한국 공연에도 가려고 표를 구하는 중이라 한다. 가족들 모두 조카에게 영국 콘서트도 갔는데 한국 공연을 또 가냐고 물었더니 "한국 공연이 10월 21일인데, 제 생일이더라고요, 저한테 선물해주고 싶어서요"라고 한다.
와, 그 말이 참 좋았다. (너는 나의 DNA를 가졌어!) 내 조카는 벌써 실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자신에게 Oasis 공연이라는 가장 멋진 선물을 선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거다. Oasis 콘서트를 같이 갈 친구가 없으면 좀 어때? 너에겐 이미 Oasis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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