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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ul 29. 2023

너의 그네를 밀어준 날

아이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에어컨이 씽씽 돌아가는 여름날.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온 남편이 들어왔다.

“와, 나가면 안 돼. 너무 더워.”


이 더위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세모.

그의 ADHD를 달래주려면 매일 꼭 운동을 해야 하기에 날씨를 따지지 않고 내보냈다.


그런데 우리 따님 네모가 오후 5시까지 집에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모야, 나갈까?

우리 놀이터 가자. “


더워서 너무 힘들 거라고 말리는 남편의 말을

뒤로 하고 우리는 대충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머리를 묶지 않은 날 원망했다.

햇빛은 뜨겁고 벌써 다리가 간질간질.

물렸다, 모기님께.


“엄마! 그네 타러 가요~! “

신나게 그네에 앉은 네모.

짧은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보지만 그네는 미동도 없다.

“엄마! 밀어주세요. 세게!”


예예. 나의 주인님.

주문대로 밀어드릴게요~


저 멀리 슈우 날아가는 네모의 뒷모습에

왠지 모르게 나까지 시원해진다.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데

시원하다.


한 스무 번 밀고 나서 물었다.

“네모, 이제 그만 아빠한테 갈까?”


“아니요~ 더 탈래요! 더 세게 밀어주세요!”

그렇게 스무 번 더.


엄마, 네모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아요!
해님이 반짝반짝해요!
해님이 네모를 밀어줘요!

네모야, 그게 행복이란 거야.


우리 네모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날아가는 듯한 느낌, 더워도 시원한 그 기분.

해님이 너만을 위해 비추는 그 느낌.

뒤에선 엄마가 밀고, 앞에선 해님이 밀어주는 그런 날.

그게 행복이지.


어른들도 모두 아이처럼 살아간다면 좋겠다.

흘러가는 행복들을 붙잡고 의식하는 것.


온종일 좋은 일이 하나도 없어도

땀을 식히는 바람 하나를 마음에 담고,

지나가는 아이의 미소를 마음에 담고,

할 일을 끝냈을 때의 후련함을 마음에 담고.


놓치지 말고, 좋은 것들을 담고 또 담기.

그렇게 아이처럼 흘러가는 좋은 것들을 붙잡길.


아이의 그네를 밀어준 날.

나는 이 글에 그 행복을 붙잡아 내 마음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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