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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03. 2024

ADHD 아이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더니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아이일까?

"하지마"
"그만해"


ADHD 아이 세모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다.

세모와 방학 동안 있으면서 약효가 있는 시간, 없는 시간의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다양한 과잉 행동과 충동성, 약효가 없을 때 학습을 해야 하는 순간들까지. 세모의 ADHD를 매일 매일 관찰하며 지내는 요즘이다.


"세모야, 그만해. 1번 경고야."

"그만해. 2번 경고야."

"그만해. 마지막 경고야."

세모에게는 항상 3번의 기회를 준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함께 하는 가족, '나'를 불편하게 할 때 내가 외치는 말이다. 세모는 어김없이 손에 닿는 것들을 튕기며 놀기 시작했다. 동그란 딱지들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멀리 보내는 것이다. 이 행동에 몰입한 아이는 정말 그만두게 하기 전까지 계속 할 기세다.


'왜 이게 불편하냐고?'

여기저기 흩어진 딱지와 어디로 날아가 구석에 박혀버릴 딱지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슬슬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부산한 아이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함도 올라왔던 것이다. 결국 난 몰래 딱지들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었다. 다음 날에는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며. 엄마의 방학도 조금은 조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딱. 딱. 딱."

세모가 딱지를 튕기는 소리다. 저 멀리 날아간 딱지들.

그렇다. 다 숨기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세모에게 말하기도 지쳐 그냥 놔두었다. 뭐가 그리 재밌어서 저 종이 딱지들을 계속 튕기며 멀리 보내는 걸까...


세모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엄마, 이 딱지는 왜 이만큼만 가고, 저 딱지는 왜 멀리가지? 이거 그때 책에서 본 마찰력 때문인가? 그 책 어딨지?"

갑자기 과학뒤집기 책을 찾아보며 책을 읽는 세모.


세모의 호기심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ADHD 아이들처럼 쉽게 산만해지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로 묘사되곤 한다. 교사인 나 역시 산만한 아이들을 애써 좋은 말로 포장하고 싶을 때 생활기록부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고 특기사항에 쓰기도 했다.


요즘 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결코 환대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해진 대로 따르고 순응하는 조직의 일원들이 되어야 하는데 개개인의 호기심은 이탈자가 되게 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란 단어는 어느새 이렇게 '산만한 사람들'의 특징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목표는 '창의 인재'를 기르자고 하는데, 호기심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인다.

이런 모순이 어디있을까.


세모가 콜럼버스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엄마 나는 모아나처럼 바다를 나가고 싶어."

"왜? 바다 너무 무서워."

"왜 엄마, 어디로 갈지 모르잖아.

너무 재밌어. 짜릿할 것 같아."


"세모야, 만약 네가 중력을 모른던, 지구가 둥근지 모르던 때에 태어났었다면 분명 세상을 이끄는 과학자가 되었을 것 같아."


'너의 반짝이는 특성에

ADHD라는 진단명도 붙이지 않았겠지.'


ADHD 아이에게 '하지마'
이 말을 하지 말아보세요.
아이의 반짝이는 호기심이 이끄는 곳이
어디에 닿는지 한번 바라보세요.

지금은 '산만함'이 부정어지만,
미래는 이 산만한 사람들이
이끄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전 그날이 올 거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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