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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15. 2024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그림의 말들>, 태지원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의논하고 이해하는 척한다. 
마치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랑하면 될 것을."


모네의 말, <그림의 말들>, 태지원, 클랩북스 중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으로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신 태지원 작가님. 

같은 교사로서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계신 분이라 더 존경스럽고 작가님의 글 하나하나 30대 엄마이자 교사로, 또 작가로 첫 걸음마를 떼는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유랑선생'이라는 말 답게 글로 여기저기 유랑 중이신 태지원 작가님의 책을 완독했다.



이 책은 그림이 던지는 질문과 혜안을 브런치 매거진에서 연재하던 글들을 또 모아 출간하신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이렇게 열심히 들여다본 적은 처음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그림들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 그림의 하나하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구나 싶었다. 



특히, 

우울증의 근원이라는 SNS를 폭발적으로 이용하는 '나'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과 불안감을 이 책을 통해 많이 해소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삶을 화사하게 기억하는 법


"삶을 편집해내는 권한은 나에게 있음을."


세모가 정신없이 집안을 헤집어 놓으며 뛰어놀 때, 타인의 시선에 갑자기 움츠러들 때, 나는 이제 그 모든 장면을 내 맘대로 편집하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평화로운 클래식 BGM을 깔아보거나 미래에 신나게 익스트림 스포츠를 전 세계를 누비며 해낼 세모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 책은 저릿하게 아파오는 내 감정들을 어루만져주며, "이렇게 한번 해봐." 하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런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다.




"세상의 잣대에 따라 기질을 우열로 구분하지 않기"

요즘은, 평균의 종말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모든 트렌디한 책에서 외친다. 수직이 아니고 수평, 스펙트럼, 칼라풀. 그리고 '당신만의 서사'를 쌓으라는 말들. 


세모의 수렵채집인 유전자 ADHD 역시, 나에겐 그렇다. 비록 학교에선 얌전하고 차분하고 엉덩이 힘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우월해보이게 선두에 세워주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줄 세우는 평가지를 만들지만, 아이의 행복을 줄세우는 것은 아니란 것을. 


오늘 세모는 열심히 사부작 사부작 놀고 돌아다니며, 떨어진 거울 조각을 휴지심과 원통 사이에 이어 붙여 꺾어진 망원경을 만들었다. 거울이 반사되어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거꾸로 되어 있는 걸 보며, 그 원리를 열심히 설명하는 아들. 마치 글을 읽어야만, 문해력이 뛰어나야만 지식을 습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기다려주는 시간.

자발성이 빛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었다. 

작가님의 문장들처럼 "세상의 잣대에 다라 기질을 우열과 열등"으로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구차한 장면을 보기보다 구차한 희망으로 맞서기로 결심하다.



"누구나 인생의 초라한 순간을 어느 정도 견뎌내며 살아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구차한 장면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 차라리 그 장면을 돌아보며 킬킬거리기로 마음먹었다."

"구차한 희망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오픈톡방에 모인 ADHD 부모님들과 이 글귀를 나누고, 

아이의 ADHD에 절여진 지친 하루에서 "구차한 희망" 하나씩을 나열해보기로 했다


누구는 독서와 카페,

누구는 목욕탕과 바나나우유,

누구는 아로마 캠프와 멍,

누구는 늘어지게 홀로 잠자기.


우리는 그날 구차한 희망으로 하루를 견뎌냈다.


<그림의 말들>, 태지원, 클랩북스 중


어둡고 막막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아이와 엄마가 꼭 쥐고 있는 손이다.


나는 이 그림을 이 책에서 가장 소장하고 싶은 그림으로 정했다.

나는 이런 엄마이고 싶다. 가난 앞에서도 강인하게 가파른 계단을 묵묵히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사람. 조용한 의지로, 힘겨운 과정을 우리의 현실로 온전히 받아들이며 '담담히 앞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누굴 위해 글을 쓰나?'

엉망진창인 집안을 볼 땐 '나 좋자고 애들을, 집을 방치하나?'

아이와의 실랑이가 지치고,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질 땐 '이 ADHD를 내가 언제까지 감당하고 살아야 할까?' 


막막하다.

그럴 때면, 이 그림을 생각해봐야겠다.

묵묵히,

당연히,

마땅히,

담담히,

내가 할 일을 해 나가야지. 

내가 세상에 초대한 아이들의 운명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담대하게.


그러니, 동정따윈 필요없다. 



https://blog.naver.com/love_sabinalee/22335389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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