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집을 샀다.

초보 Home Owner의 캐나다 집에 대한 단상

by 김한샘

얼마 전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서른 하고도 다섯 해를 넘게 월세 살이를 청산하지 못했던, 그리고 워낙 한 곳에 정착을 하지 못하고 떠돌이로 사는 것에 익숙했던 내 삶에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제 우리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열쇠를 받아 든 순간 이후에도 며칠 동안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뭐랄까, 어딘가에 에어비앤비를 장기간 렌트해서 잠시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곳에 정착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온 후, 한동안 우리는 과연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밴쿠버나 토론토는 이미 넘쳐나는 이민자들로 포화 상태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여러 차례 방문해 보았지만 그곳에서 집을 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너무 비싸고 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느 정도의 대도시의 편리함, 그리고 다양한 이민자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예산이 우리에게 맞는 곳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정착하게 된 곳이 바로 이곳, 앨버타 주의 캘거리였다. 캘거리는 에드먼턴과 함께 묶여,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가는 커다란 광역권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이곳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인구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유명한 밴프(Banff)가 차로 단지 한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밴프는 우리 동네에서도 꽤나 잘 보인다.


그리고 캘거리 중에서도 우리는 남서쪽에 있는 새로 생긴 동네, 알파인 파크(Alpine Park)를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캘거리는 동쪽보다는 서쪽에 있는 동네가 치안도 좋은 편이고 깨끗하다. 북서쪽으로 올라갈 생각도 했으나, 무시무시한 캘거리 겨울 날씨 상 헤일 대미지(Hail Damage)로 불리는 우박 피해를 피해 갈 수 없는 곳이라 마음을 접었다.


알파인 파크는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동쪽으로는 캘거리 다운타운, 그리고 서쪽으로는 밴프가 보이는 이점을 가진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신도시에 해당하는 동네라, 아직 뭐가 많지는 않지만 여러 건설사가 한꺼번에 들어와 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에 대한 비전이 꽤나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다. 특히 전형적인 북미 주택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집 앞 차고를 뒤편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산책로와 주민들의 공동 텃밭 등을 조성한 이곳의 주택 레이아웃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https://alpinepar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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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집은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콘도(Condo),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독 주택(Detached House), 그리고 주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웃과 벽 하나를 공유하는 타운 하우스(Town House)가 있다. 이 중 우리는 세 번째를 선택했다. 한 해의 삼분의 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볼 때, 마당이 없어서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문만 잠그고 떠날 수 있는 타운 하우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에서의 새 시작은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부담이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큰 집을 기대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큰 집의 규모와 많은 방들에 조금은 당황했다. 집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그리고 차고까지 포함하고 있다. 방은 무려 네 개, 화장실도 네 개나 딸렸다. 늘 콘도에서만 살다 난생처음으로 이렇게 큰 집에 오고 나니 이 많은 공간들을 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앞으로 몇 년간 모기지(Mortgage)도 따박따박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집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수해 나갈 것인가는 오롯이 우리에게 달렸다. 살다 보면 분명히 어딘가 고장이 나거나 망가지는 곳들이 있게 마련이다. 난생처음으로 집주인, Home Owner라는 일종의 사명을 부여받은 기분이다. 만약 집과 대화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잘 부탁할 테니 너도 꿋꿋이 잘 버텨주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한 새로운 이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도 숙제라고 생각한다.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이런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꽤나 받는 편이다. 앞으로의 삶이 펼쳐질 이곳 공동체,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어떤 이웃들로 기억될 것이고 어떻게 사는 주체가 될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부디 몇 년 후의 미래에 이 글을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지금의 나 자신에게 뭘 그렇게 걱정하니, 잘 적응했으니까 섣부른 염려는 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네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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