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년 69세
4주 차 나는 동사무소로 출근 중이다.
첫날과 지금을 비교하자면 지옥과 천당쯤이다.
불합격 문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자로 출근 통보를 받았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나이에 버거운 전일제가 그랬고 스스로 체력의 고갈 상태를 느끼니 그러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에게 러브콜이 오다니 올해 닭띠가 대운이 맞기는 한가 보다.
무거운 마음 한 보따리로 복지과 장애인 일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자 시선들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음을 직감했다.
동장보다도 열 살은 많은 나이 아닌가!
웬 할머니가? 하는 반응으로 여겨졌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멘붕과 현타로 갑자기 집으로 가버리고 싶어졌다.
양사이드로 까칠한 7급 공무원이 있었고 시큰둥한 남자 팀장이 있었다.
왠지 내가 힘들어지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늙은이를 못살게 들볶을 것 같았다.
그런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처음으로 다닐 만 해졌다.
후원 물품 전화를 하루 종일 했으며 컴퓨터 모니터링 작업으로 비로소 희열을 잠시 느끼기도 했다.
처음 접하는 작업이지만 금방 익숙해져 내가 대견스러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견으로 흥미롭기도 했다.
지루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는 시간도 잘 가고 덜 피곤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의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노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이로움을 줄 각오로 임하기로 했다.
일이든 물질이든.
그리고 주눅이나 눈치 보는 대신 진심으로 다가가서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러자 목소리도 커졌고 편안해졌다.
조금 호의적으로도 보였다.
그리고 남은 날들이 희망적으로 변했다.
이제 나의 일 년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시니어 공무원으로 손색이 없는 직장 생활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