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 편
출근 석 달이 넘어서자 쥐 죽은 듯 지내다 어느덧 좀 익숙해졌고 나의 본성을 드러내고 만다.
나의 작은 딸보다 열 살이나 어린 간호 8급 주사의 일방적인 지시 발언을 듣고 화장실에 앉았더니 부아가 치밀어 한소리 하려 제자리로 오자 나가고 없다.
이면지에 바로 기분이 상당히 나쁘니 발언에 유의해 달라고 간략히 세 줄 휘갈겨 책상 위에 보란 듯이 던져두었다. 구식으로.
알리미로 전할 생각은 그때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나의 기분 나쁨을 구시렁거렸다.
그것도 앞과 옆자리는 들릴만큼.
나도 이제는 나의 색깔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 게다.
그 주사와 협업해야 하는데 세 번 접촉해 보았는데 다 불쾌했었다.
부임 첫날 오전에 컴플레인으로 한바탕 난리부루스를 치더니만 분명 문제적 인간이다.
거기까지는 별 일도 아니었고 단지 나의 기분 나쁨으로만 끝날 것을 팀장이 상담실로 인도한다.
그 사이 벌써 상황이 다 전달된 모양새다.
눈치 없는 나는 또 나의 입장 표명을 다 토해 버렸다.
그랬는데 나보다 스무 살도 더 어린 팀장은 노친네 독려는커녕 나의 삼 개월 치 지적질을 모아 모아 발설하는 게 아닌가.
가재는 게 편이라고 잘못을 해도 같은 편을 드는 걸 보고 잘생긴 그 넘도 별 수 없는 소인배라 실망했다.
그리고 나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지는 실수를 만끽하고야 만다.
처음처럼 죽은 듯이 일 년을 버티는 인간이 못된다. 나는
적어도 석 달 전후가 고비로 나의 본성인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겨우내 잡스처럼 감색 제복만 입다가 그것을 벗고 푸른 원피스를 입고 드디어 나의 색채를 나타낸다.
그게 정작 나이지만 무채색으로 지낸 지난날이 슬기로운 공직 생활이란 걸 안다.
나를 드러내면 마이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