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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습니다.

20210620.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by 사브리나 Sabrina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물을 무서워하고 바다를 더 무서워하는 내가 수영도 못하는 내가 용감한 시도를 했다.

사실 시작은 그랬다. 곧 생일인데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

그 생각의 끝에 서핑이 떠올랐다.

나랑 상관없는 일 같았던 서핑.


이론 설명을 듣고 5명이 한 그룹이 되어서 강사와 함께 바다로 들어가서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가 오면 보드 위에서 패들링 그리고 푸시 업! 이렇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래도 보드 위에서 엎어질까 봐 무서웠는데

푸시까지 해서 해안가까지 파킹은 가능한데... 업! 그 일어나는 것이 어려웠다.

강사가 한 번에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와 일어서라고 하는데...

물이 무서운 것보다 그 동작이 안 되는 답답함이란... ㅎㅎㅎ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다음 일어나는 동작을 나눠하기엔 짧은 파도...

우선 동작도 익숙해야 하고 보드랑도 파도랑도 친해져야 할 것 같았다.

업 하는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다. 그걸 가르쳐줘서 알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수 없이 많이 파도와 만나다 보면 알아차려지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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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짧게라도 서핑이라는 것을 하고 나니...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니 남일 같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남일이어서 봐도 그냥 별 감흥이 없었는데

파도에 출렁이는 사람들을 보고, 일어나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멋져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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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구나...

경험하면 남일이 되지 않는 것.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경험이라는 것의 가치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많이 들었던 말이 하나를 해도 끝까지 하라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은 바뀌었다.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것저것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 보라고.


그 짧은 시간으로 서핑을 했다 하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파도의 힘으로 뜨고 밀려나고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다.

예전에 체험판이었지만 스킨스쿠버를 해서 바닷속 세상을 경험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등대도 많이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고 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동해 오면 보던 등대인데도 이번에 더 눈에 들어왔다.


책으로 경험하든 실제로 경험하든

경험은 그런 것이다.

남일이 아닌 내일이 될 수 있는 것.

세상을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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