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예요 가벼워지고 싶어서요
# 2025년 6월 6일 오전 9시 53분
이번 주중에는 브런치에 아무 글을 올리지 못했다. 회사 업무에 변화가 있었다. 대선일을 기점으로 내가 속해 있던 기존 TF는 해산했고 새로운 TF 팀에 합류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두 달간의 여정을 떠나보내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여정에 들어섰다. 여러모로 적응이 필요했다. 보통은 업무 시간 중간에, 집중이 깨질 때마다 종종 작가의 서랍장에 아무 낙서 글이나 써서 저장해 둔다. 만년필로 끄적이는 용도의 네이비 색 노트에다가 떠오르는 단상들이나 짧은 일기를 써놓고는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요일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겠다고 스스로와 엄중히 약속했으므로 내일모레는 무조건 글을 쓰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평일에 하나씩 올리던 소소한 루틴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엄마와 이태원에 간다. ‘이태원 앤티크 스트릿 플리 마켓’이란 게 열려서다. 이태원 빈티지 가구 거리를 돌며 엄마와 동생과 유럽 플리 마켓을 돌며 각종 빈티지 그릇을 샀던 지난겨울을 떠올릴 것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글을 쓰는 중인데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좋다. 베란다 안에 창고와 식물들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쳐 놓은 풀색 체크 문양 커튼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낀다. 빛을 받고 있는 로메인도 이쁘다. 얼른 쑥쑥 커서 내 입 속으로 들어오렴 청색 로메인아. 벌써 시간이 꽤 됐다. 엄마와의 약속 시간이 거의 1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씻고 준비해야겠다.
# 2025년 6월 7일 오후 4시 25분
지금 노트북 앞에 앉은 이유는 브런치도 브런치인데, 직업 에세이 수업 과제를 해야 해서다.
블루투스 키보드 한번 제대로 두들겨보자는 심산으로 작은 방에서 글을 쓸지 거실에서 쓸지 두리번두리번.
노트북과 노트북 거치대와 키보드를 들고 20평 남짓 집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안방용 노란 불빛 스탠드를 작은 방에 들고 갈까 고민하다 코드를 뽑고 작은 방에 가져다가 ‘딸깍’ 켜 보고.
의자는 무슨 의자가 편한지 괜히 식탁 의자에 앉았다가 작은 방 의자에도 앉아보고.
좋았어! 지금부터 글 쓰는 거야! 마음먹으니 괜스레 아까 손에 바른 핸드크림이 끈적거리는 것 같아 손을 한 번 씻고 와야 하나 고민을 했다가...... 안 돼. 이렇게 시간을 계속 흘려보낼 수는 없어. 나 과제해야 해! 후...... 이제야 조금 진정이 되는 듯하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지난해 이맘때 즈음 요가를 시작했다.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스트레스를 떨어뜨려 보기 위해 집 근처 스포츠 센터로 향했다. 아침 7시 50분 수업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요가는 이 시간대 수업밖에 없어 ‘우선 해보자’는 다짐으로 등록했었고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다양한 연령대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이라고 합니다)님들과 단정한 마음으로 몸 이곳저곳을 쭉쭉 늘리고 서서히 수축도 시키며 스스로에게 집중하다 보면 땀도 쭉 나고 정신도 개운해져 평화롭게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평화는 순식간에 깨지기도 한다. 꽤 자주. 회사란......)
최근에는 회사 스트레스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돼 (흑흑) 점심시간에도 요가를 하려고 회사 복지 카드를 긁었다. (회사가 운동하라고 준 직원 복지금이 들어 있는 카드.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회사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 요가원인데 필라테스도 겸하는 곳이어서 당시에는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었다. 그때는 수업 강도가 내게는 너무 높다고 느껴져 몇 개월만 다니고 그만뒀었는데 이번에는 요가로만 4개월 치 수강권을 끊었다. 저번주에 첫 수업을 들었다. 수업 이름이 ‘힐링 요가’여서 만만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된통 당하고 나왔지만, 참 행복했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가 어느새 풀려 있었고 가슴 안쪽에서 따뜻한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눈빛은 도를 깨달은 사람마냥, 부처님처럼 깊어졌다. 다음 주 회사 가는 길이 유독 기다려지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바로 요가다. 점심시간에는 처음 요가를 해보는데 어떨지, 오후 그리고 저녁까지 컨디션이 더 나아질지, 힐링 요가 말고 다른 수업들은 얼마나 어렵고 또 재밌을지 궁금 궁금하다. 수업 수준이 영 높으면 슬슬 해야지, 어차피 일해야 하는 시간인데...... 합리화할 태세도 이미 갖췄다. 편한 마음으로 갈 거다. 스트레스 풀려고 요가 더 하는 건데 되려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오면 안 되지.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웠는데 눈물이 또 찔끔 났었다. 아, 직업(직장) 생활 7년째, 나 사샤는 여전히 자면서 눈물을 흘린다. 언제쯤에야 이 생활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물론 1~2년 차 극초반 직업(직장)인 시절 때보다야 훨씬 편해진 삶이지만 그래도 참, 회사고 직업이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좀 (제발 좀) 그만하고 싶다. 우선 요가 4개월 끊었으니까 4개월은 회사 잘 다녀야지. 요가원이 회사 근처니까 회사 그만두면 안 돼. 안 그럼 요가 가기 힘들어. (그러니 회사 가자 다음 주도)
집에서 혼자 요가하는 건 아무래도 잘 안 되지만, 오늘은 집에 있으므로 이따 유튜브로 에일린 요가(에일린 mind yoga 채널 사랑해요 언니) 쉬운 거 하나 틀어놓고 매트 깔고 해 봐야겠다. ‘삘’ 받으면 땀나는 요가도 한 판 하고 싹 씻고 침대로 가야지. 오늘은 울지 말고 단잠을 자도록 하자. 정말 단잠을 자고 싶다면 에세이 숙제부터 얼른 하고 사샤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