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프지만, 괜찮다
기자가 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아팠다. 가장 먼저 아팠던 곳은 목이다. ‘다음 주에 뉴스 뭐 하지. 이 뉴스 한다고 하면 선배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저번주처럼 공칠 수는 없는데. 아, 눈치 보여….’ 이런 생각들로 매일 골머리를 앓던 내 머리를 지탱하던 목은 곧 탈이 났다. 뒷골부터 목 전체가 나무 막대기마냥 뻣뻣해졌다. 초 긴장 상태로 이 나무 막대기를 받치고 있던 승모근도, 나 더는 못 버텨, 라고 마지막 선언을 한 뒤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기삿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은 계속해서 노트북 화면을 뚫어버릴 기세로 돌진했고, 함께 딸려 나올 수밖에 없었던 등까지 둥글게 굽어갔다.
아픈 몸뚱이는 마음까지 짓눌러버렸다. 입사할 때 입었던 바지가 꽉 낄 정도로 몸무게까지 불자 거울을 보기가 싫어졌다.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졌다. 고통받는 나 자신을 힘겹게 끌고 간 곳은 퍼스널 트레이닝(PT) 전문 헬스장이었다. 내 몸은 일대일로 전문가가 딱 붙어서 고쳐줘야 한다고, 아픈 몸이 말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백만 원이 넘는 개인 PT 30회를 결제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본격적인 운동 생활로 이어졌다. 살기 위해서였다.
기자로 1년을 살고 이듬해 첫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이러다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운동을 몰아치던 트레이너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쯤 내 승모근을 만져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 얼마나 긴장을 하며 살길래 승모근이 이러냐고. 어떻게 이렇게 딱, 딱, 하냐고. 직장 생활이 많이 힘드냐고, 혹시 누가 괴롭히냐고까지 물어보셨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타지에서 홀로 그렇게 살아냈던 스스로가 안쓰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몸이 이렇게나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나도 아닌 타인이 내 몸을 먼저 알아챘다. 더 긴장할 수 없다고, 너무 아프다고 말하는 몸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운동했다. 벌써 6년 째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헬스 PT를 꾸준히 받았다. 퇴근하면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내기 어려워 일주일에 한두 번에 그치고는 했지만, 이 두 시간의 운동이 일주일을 ‘생존’하게 해 줬다. 서울로 이직한 이후에도 헬스장을 등록했고 한강변을 걸었다. 필라테스를 일 년 넘게 했으며 8개월 가까이 복싱도 해봤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제대로 단련시켜 볼 작정으로 요가에 뛰어들었다. 나만 안 할 수 없어 시도한 러닝은 일주일에 한 번은 하고 있다. 그 결과 40분 안에 5킬로미터는 뛸 수 있는 몸이 됐다. 장족의 발전이다. 여전히 목과 어깨와 승모근이, 등과 날개뼈가 이따금씩 아파오지만 운동을 싫어했던 내가 내 발로 PT 수업을 등록하러 갔던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요가에 몰입해 있는 요즘은 이 ‘아프다’는 감각이, 그 아픈 곳이 드디어 강해지기 시작했다는 감각이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 전 손목 보호대를 주문했었다. 양쪽 손목으로 상체, 전신의 무게를 버티는 고강도 자세를 포기도 모른 채로 반복했었으니까. 마우스를 신체 기관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무직 기자’의 특성상 오른손잡이의 오른쪽 손목은 원래부터 고생이 많았으니까. 옛날 같으면 오른쪽 손목을 지키겠다고 요가를 미뤘겠지만 이번에는 요가도, 손목도 놓칠 수 없었다. 어색해도 어쩔 수 없다며 손목에 씌워놨던 손목 보호대는 요가에 몰입하자마자 착용했다는 사실도 잊을 만큼 편해졌으며, 일주일 넘게 계속되던 손목 통증은 단 며칠 만에 사라졌다.
오른쪽 날개뼈 안쪽에도 찌릿찌릿, 통증이 생겼었다. 다름 아닌 요가를 해야 해서 (통증이 요가에 방해가 되니까) 급하게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가 도수 치료를 받았다. 집에 와서 폼롤러와 마사지 볼로 통증 부위를 열심히 풀어줬다. 날개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영상을 검색해 저녁마다 따라 했다. 유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요가 동작도 집요하게 했다. 신경 써서 몸을 돌봐주니 아픔은 조금씩 옅어졌다. 새빨갔던 통증의 색깔이 다홍빛으로, 주황색으로, 상아 빛깔로 흐려져갔다. 그리고 오늘, 그저 기분 탓일 수 있겠지만 등이 약간 펴지고 예전보다 살짝 더 탄탄해 보인다.
긴장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사회생활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의 고통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겠지만, 나는 분명 나아졌다.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아픔이다. 몸부림치는 몸과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각종 운동과 요가, 명상, 마사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돌봐줬다. 평온해졌다. 튼튼해졌고 강해졌다. 물론 앞으로도 통증은 생길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 아파오거나 아팠던 곳이 또 아플 수도, 이렇게 아픈데 요가를 하는 게 맞나 고민하는 날도 있겠지.
다만 이 감각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살펴주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킨다면 아픔은 끝내 사라지고 강해진 나 자신만이 남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 나는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