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괜찮았지만 다시 시작했던 일주일
“수련 도중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채로 동작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좋은 일이다. 깨어났다는 의미이다. 시선을 고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미 지나간, 놓쳐 버린 것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동작에 정신을 집중하자.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수련을 게을리하는 자신을 발견했는가? 괜찮다. 구름 낀 무의식을 뚫고 명료함에 도달했으니 이제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요기인 배런 뱁티스트가 쓴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의 일부다. 우선 이 책, 강추다. 유튜버 신아로미 언니의 추천으로 읽은 이 책은 내 인생 책 중 하나가 됐다. (신아로미 언니를 향한 내 사랑은 브런치 북 <요가하는 기자> 2화 참고.) 요가 에세이인 이 책은 우리의 요가뿐 아니라 인생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 있다. 이왕 이 책을 추천하는 김에 다른 문장들도 보여드리고 싶다.
“샛길로 빠지거나, 길을 잃거나, 정렬이 흐트러졌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있지만, 동시에 멋진 일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방향을 재설정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음, 역시. 가히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 담긴 책으로 임명할 수 있겠다. 인용한 글귀들은 모두 ‘다시 시작하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따온 것이다.
‘다시, 시작’한 한 주였다. 왜 이렇게 몸이 축 처지고 기운이 없나 했더니 생리 일주일 전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힐링 빈야사를 안내해 주신 J 선생님은 겨울 탓을 하셨었다. 아무래도 겨울은 추워서 몸이 경직되다 보니 아사나(요가 동작)가 잘 안 된다고. 몸이 쉽게 안 풀려서 그렇다고. (그러고 보니 겨울이라서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선생님들이 요즘 수련실 온도에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 수련실 문을 열면 온풍기는 풀가동에, 뜨듯하게 데워진 온돌 바닥이 우리의 발바닥을 맞이한다. 덜덜 떨며 잔뜩 웅크린 채, 이 날씨에도 요가를 하겠다고 온 이들이 어서 빨리 몸이 풀리길, 그래서 더 즐겁게 요가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이렇게 따뜻한데도 이번 주는 힘들었다. 잠도 잘 못 잤고(월) 기분도 별로였고(화) 나른했다(수).
힘들었던 첫날. 원장 선생님의 하타 요가. 하복부와 골반 근육이 받쳐줘야 하는 보트 자세는 (물론 나아졌지만) 여전히 잘 안 되고, 활 자세(다른 말로 Wheel 자세, 우르드바 다누라사나)도 아직 두려움에 갇혀 있어 딱 한 번 성공한 뒤로 혼자서는 못 한다.
길을 잃은 상태지만 다시, 시작했다. 이날 선생님 도움을 받아 가슴과 명치를 있는 힘껏 천장 방향으로 내밀었을 때 말 그대로 가슴이 뻥, 하고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팔과 다리를 쭉 뻗고 시원하게 활 자세를 해냈다. 사바사나 때 대자로 매트 위에 누워 눈을 감으니 잠, 이 한 글자가 캄캄한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수련이 끝나고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듯했다. 요가 수행자가 잠을 자는 자세라는 니드라사나도 시도했는데, 언젠가 이 아사나도 완성해 진정한 숙면을 즐길 수 있길 바라봤다. (숙면이 가능한 자세 맞는지는 의문이지만.)
타이얼드 데이(Tired Day) 둘째 날. (또) 원장 선생님의 아쉬탕가 요가. 전 직장 관련해 굉장히 열받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이날 아침에 뒤늦게 알게 된 것. 마지막까지 스트레스받게 하는 이놈의 회사와 얼른 완벽하게 연을 끊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서 무사히 수련실에 도착했었다. 무거운 마음 때문이었는지 수련은 힘들었다. 전굴 자세, 하복부와 장요근을 써야 하는 아사나에서는 너무 자세가 안 나와 짜증도 났다. 하기 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다시, 다시 시작. 안 돼도 될 거란 희망을 갖고 아사나를 계속 시도했다. 하고 또 했다. 다시 멘털을 잡고 하나씩 하나씩, 동작을 이어나갔다. 결국 수련실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다. 끝까지 해냈다. 포기하지 않고 끝을 본 스스로를 칭찬해 줬다. 수련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잡념(feat. 전 직장)이 잠시 머릿속을 떠나갔다. 1시간 20분 수련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회사 생각이 다시 나 기분이 나빠지긴 했지만. 최소한 오전 시간은 ‘다시 시작’의 힘으로 쉬어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힘들었던 셋째 날. H 선생님과 빈야사 요가를 했다. 저녁 요가였는데, 이날 오전에 5.5km 러닝을 한 상태였다. 열흘 전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처음 뛴 날이었다. 10km도 뛰었던 몸이 5km를 겨우 뛸 정도로 기력이 떨어져 있었다. 피곤하고 나른하고.
저녁에 요가 가기 싫다, 이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갔다 오면 새삼 행복할 걸 알기에 요가원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사실상 ‘다시, 시작’이었던 거죠.) 동네 요가원에서 가장 빡센(?) 수업으로 유명하신 H 선생님답게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사나의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빈야사의 취지에 맞게 흐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힘들어도 힘듦 그 자체를 알아차릴 뿐, 자세가 흐트러지더라도 이내 다시 정렬을 잡아본 덕분이었다. 다시, 다시, 다시 시작의 힘 덕분이었다.
지난 3일간의 대장정을 썼지만 부끄럽게도 글을 쓰는 목요일, 오늘은 고민 끝에 요가 수업 예약을 취소했다. 계획대로라면 원장 선생님과 하타 요가를 하는 거였는데…. 심지어 지금 시각 저녁 7시 15분, 수업 시작한 지 15분이 지나고 있는…. 매우 아쉽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일 오전에 S 선생님과 빈야사 요가를 하려면 오늘 푹 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번 주 네 번째 요가를 앞두고도 똑같이 컨디션이 난조이니 암, 휴식이 맞고 말고. 생리도 생리고, 아프면 안 되니까.
그러니까 요가 너, 도망가면 안 돼. 나 잠시 숨 고르기 하는 것일 뿐이니. 계속하기 위해 잠깐 제자리 걸음하는 거야. (허허.) 내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이제 브런치 발행 예약 걸고, 씻고, 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