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벼운 나의 심연

나 자신 힘내자

by 사샤

#2026년 2월 22일 오후 6시 44분


요즘 브런치 연재를 못 하겠다. 브런치 연재 수준이 아니라 실은, 한 문장도 잘 못 쓰겠다. 글쓰기 근력이란 게 정말 있구나를 새삼 느낀다. 솔직히 지금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는 것도 고통의 연속이다. 원래 같으면 연재 중인 두 개의 브런치 북에 들어갈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야 이 보잘것없는 일기 한 편이라도 써야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글이 안 써지면 글이 안 써지는 그 자체로 글을 쓰면 되지 않냐고 했던 남편 조언의 영향도 컸다. 남편 고맙다.


최근 내게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근황 공유를 브런치 작가님들, 우리 독자님들과 하고 싶어서 안달이 좀 나기도 했다. 내가 임신을 했다! 브런치에서 공개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난해부터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히 또 실망할까 봐 기대하지 않았는데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것이다. 내일 남편과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사를 할 것이다. 임신 확인서도 곧 받아서 임신부의 상징인 핫핑크 색 배지도 받아야지. 가방에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며 내가 임신부란 사실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 (그래야 핑크 색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임신 초기 증상인 건지, 그저 내가 게으른 탓인지 이번 달은 계속해서 잠과의 사투다. 해가 지면 푹 자야 하는데 꼭 새벽 중간에 깨고 해가 뜨고 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존다. 그나마 카페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약으로 의지를 불살라가며 버텼는데 이제 커피도 줄여야 하고, 정신과 약은 아예 먹을 수 없게 됐다. 우울과 불안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와중에 임신이 됐으니 이 모든 증상들은 이제부터는 순전히 내 의지로만 해결해야 한다. 부담스럽다. 쉽지 않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기분이 좋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여부를 확인해 봤는데 (세 번째다.) 똑같이 두 줄이 나왔다. 아, 임신 맞는구나. 이제야 제대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염원했던 일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진심으로 느끼며 기뻤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 드는 생각.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나는 이제 자녀가 있는 몸이다.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돼야 한다. 하루하루가 난관인 지금 역시 용감하게 이겨내야 한다. 떳떳한 부모,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문장을 쓰면서 노트북 오른쪽에 놓인 스케줄러에 눈이 간다. 지난주에 못다 한 할 일들이 보인다. 요즘 할 일들의 달성 비율은 60 퍼센트쯤 되려나. 절망스럽다. 머릿속이 뿌연 느낌인 데다 잠만 오고 집중도 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아주 나쁜 습관까지 생겼다. 지난 목요일에 해야 할 일을 끝내 금요일로 미뤘었는데 이마저도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 좌절스럽다. 다음 주까지, 그리고 4월 초까지 내야 하는 중요한 지원 서류들이 있는데 제대로 완성이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지난달 말부터 출판사 두 곳에 마케터로 지원 서류를 냈고, 추후 면접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썼건만. 좋은 기회가 있어 자기소개서 피드백을 받아봤는데 멘붕에 빠졌다. 역시 이 직업에 대한 나만의 방향과 고민이 무르익지 않아 생긴 문제. 단시간에 자기소개서가 더 좋아지기 힘들 것 같다. 졸음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고친 자기소개서를 남편에게 보여줬는데 저번 버전이 더 낫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원체 부정적이고 염려가 많은 성격이라 우울과 불안을 달고 살았지만, 우울과 불안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항상 옆에서 피드백을 줄 준비 중인 남편이 있고, 나도 어떻게든 포기는 하지 않고 있으니까.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수십 번 수백 번도 머릿속을 지배하지만 이 문장을 행동으로는 절대 옮기지 않으니까. 내 짧은 30 몇 년 인생 동안 그래도 나 자신, 언제나 길을 찾아왔으니 또 길을 찾겠거니 하며 마음을 살짝 놓으려고 한다.


내일 다시 월요일이다. 오전에 병원 스케줄이 있지만 할 일은 할 일 대로 해낼 계획이다. 고역이겠지만 약간의 카페인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또다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아주 작디작은 무엇이라도, 내일 해낼 것이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일하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의지와 정신력, 닮고 싶다. 이번 달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떻게 해야 내가 최선의 상태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찾은 것들의 사례라면 이렇다. (운동이든 입사 준비든) 오전 10시부터 할 일 시작하기, 일부러 먼 곳의 스터디 카페를 찾아가 활동량 늘리기, 점심 이후 포함 오후에 산책하기, 가능하면 저녁을 6시까지 먹고 남편 퇴근 전까지 한두 시간 더 집중해 보기.... 물론 다 실천하고 있는 건 아니다. 흑흑.


브런치도 일상도 힘을 낼 것이다. 이제 나, 엄마니까. (이 문장 쓰는 데 소름이 쫙 돋았다.) 스스로 더욱이 떳떳한,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진짜 보는 눈이 생겼으니까. 아가 눈. 후회 없이 세상과 맞설 것이다. 도전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매일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갈 것이다. (이건 실제 지키고는 있다. 다만 너무 한 걸음이다. 흑흑.) 나를 지키기 위한 글쓰기, 정말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컨디션이 좋으면 브런치 북 글로 찾아뵙고 싶다. (아, 멀리 여행을 갈 수도 있는데 진짜 갈지는 아직 결정 못 했다.) 사샤, 힘내자. 사샤를 믿는다. 할 수 있다. 행복하자. 파이팅이다.


남편의 임신 축하 꽃다발.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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