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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Dec 20. 2018

사색25. 직무 만족, 소득 만족

 3월 17일(월)

역시 오후, 침대에서 나온다. 날려버린 오전을 놓고 후회하지만 말고, 남은 하루를 두배로 알차게 보내자.      

“오늘 남은 하루를 하나님께서 살펴주십시오”

직장 나갈 땐 아침에 신께 내 하루를 간섭해 달라 기도할 여유가 없었다. 실직당해서야 신앙적인 생각을 훨씬 더 하는 것 같다. 신앙인이라면서 진작 이런 자세를 가지지 못했나. 실직이라는 위기에 처하니 이러는 게 속 보이기도 한편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다.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살펴본다. 짤리지만 않았다면 다른 직종을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만큼 하던 일을 좋아했다. 특수직도 아닌데 전공 따라 직종을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업을 선택하는 데는 일자체를 좋아하거나, 하는 잃은 싫어도 돈을 많이 번다면 할 것이다. 직무도 만족하고, 돈벌이도 좋은 직업이 있을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들도 자신의 일에 굉장히 피곤해하고, 허무해하고, 울고 그러던데. 만족하는 일이라, 만족도와 돈, 둘 중에 하나라도 이룰 수 있다면 다행 아닐까. 새로운 필드라, 짤려보니 그동안 좋아하던 일에 정이 떨어졌나. 기다리더라도 해당 직종 채용에 계속 응시해야 하나.      


직무, 소득 만족을 고려하는 구직에 신앙인의 소명까지 모색해야 하는 것인가. 직업 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계약과 해고, 실직과 재취업의 반복하는 사이클에 직무 만족도뿐만 아니라 소명까지를 고려할 수 있나. ‘해고’, ‘실직’이라는 부정적인 단서로 접근하기보다, 이 직종이 나에게 정말 맞나, 다른 길이 없나 하는 등 여러 차원으로 탐색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이 시기를 모색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도서관에서 읽던 <의료관리>를 읽는다. 요즘 신문을 장식하는 의사들의 파업의 원인인 의료 수가 산정과 건강보험 구조를 살펴본다. 세 챕터나 할애해서 설명한다. 간단하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사들의 의료 파업의 핵심은 자기가 하는 노동에 비해 소득이 적다는 것이다. 역시 소득 문제다. 직무에 만족한다면 소득에 둔감할 수 있을 텐데, 치료의 손이라는 의사 역시 자기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의사뿐만 아니라 전문직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자기 일이 이런 일인 줄 알았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란다. 놀랍게도 전문직일수록 직무 만족도는 꽤 낮다. 그러니 돈이라도 챙겨야지.       


다시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다. 다시 취직할 수 있을까? 만만치 않을 텐데. 역경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사실 인생을 구성하는 데 역경은 늘 있는 상수 아닐까. 인생은 역경을 어떻게 대처하는가로 대부분 꾸며지지 않을까. 유튜브에서 TED 강의 중 장애인 달리기 선수 에이미 멀린스 Aimee Mullins의 <역경의 기회(The opportunity of adversity)>을 봤다. 다리 없이 달리는 그녀가 역경은 늘 있는 것,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역경을 이겨내는 것, 그게 인생을 사는 법이라 한다. 예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두 의족으로 당차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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