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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Dec 20. 2018

사색27. 햄버거, 핸드폰 그리고 커피

3월 19일

벌써 수요일이다. 오전 되찾기 다짐을 하고 나서, 이제 오전 11시 기상을 실천해낸다.    

   

점심을 목사님과 함께 먹는다. 수제 햄버거 집으로 간다. 여기 커피숍이었는데, 근사한 아메리칸식 수제 햄버거 가게로 바뀌었다. 미국은 안 가봐서 모르지만, 미국 살다 온 목사님이 여기 굉장히 미국식 햄버거라고 한다.      


“그래, 어때?”

목사님이 두툼한 미트가 든 햄버거를 한입 씹으며 묻는다. 요즘은 내가 주식을 하면서 소득을 창출하려는 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하며 기도하는 신앙인으로서 교만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식을 했다는 소리에 목사님은 놀라신다. 본인도 미국에서 주식이 판 칠 때 데이트레이딩을 해봤다는데, 그게 사람 마음을 포획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게 만들고, 돈도 별로 안 되더란다. 나는 데이트레이딩은 아니고 1년 기간으로 예금이자보다는 높게 수익 얻는 게 목표이었는데, 여튼 주식은 소득 창출에 종속된 불신앙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 시간이 많이 생겨 하루 중에 신앙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러나 실직 기간이 길어지면 벌벌 떨지도 모르겠다고 실직으로 신앙을 확신하는 점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목사님은 하나님은 멀리 계시기도 하시고, 또 아주 가까이 우리 상황 속에 함께 하시기도 한다는 동시성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 우리가 햄버거를 오늘 함께 먹는 이 시간, 또 나의 실직 속에서 고민하는 순간에도 함께 하신단다. 이런 시간을 인생의 조그만 해답을 찾아가는 좋은 시간이 되자고 말씀하신다.       


이후에 뭐할 거냐는 질문에, 핸드폰 스피커가 고장 나서 용산 전자상가에 고치러 간다니, 공대 나온 목사님은 가전제품 고장이 대부분 접속 불량이라며 이리 줘봐 하더니 내 핸드폰을 식탁에 세게 탕탕 두드린다. 이후 전화를 해보니, 스피커에서 정상적인 통화음 소리를 들린다. 고쳤다! 역시 목사라 healing hand, 기적의 고치는 손이다! 수리비를 25,000원으로 예상했는데, 돈 굳었다. 그래서 햄버거 값을 내가 낸다. 할렐루야!     


침대에 눕는다. 순간 천장에 달아둔 십자가가 방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뉴튼은 나무에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중력이라는 이론을 착안했단다. 나는 십자가가 방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고 실직(재앙)이라는 실증을 하고 있는 걸까. 불경스러운 징조에 얼른 일어나 십자가를 다시 걸면서 기도한다. 하나님, 제 인생에서 일어날 여러 선택에서 당신이 원하는 걸 알 수 있게, 그게 힘들고 어려워도 담대하게, 두렵지 않게, 쓰러지지 않게 해 달라고, 결국 얼른 다시 취직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내일은 고향집, 부산에 갈까. 이력서를 몇 군데 보냈는데, 사무실에서 갑자기 면접 보러 연락 올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가련다. 예전엔 고속철도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실직자니 한두 시간 줄이는데 비싼 돈 주고 고속철도를 탈 필요 없다. 지금 내게 시간이 제일 싸니 고속버스 타고 내려갈까 보다. 또, 고속철도 구간 하행 길은 이제 익숙하고 지겹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하행 길,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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