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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창우 Feb 24. 2019

사색52. 100000000000000000....

4월 13일(일)

오늘 일요일, 고향 교회 주일 설교에서 목사님은 “예수를 안 믿는 게 기적”이라는 증거로 성경에 나온 예언 중 이뤄지지 않은 게 없다는 설교 기법을 구사한다. 성경의 예언을 하나 이야기하고 나중에 이게 이뤄졌지요!, 또 다른 예언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이것도 이뤄졌지요!, 이것도 저것도 결국 예언대로 이뤄졌지요! 하며 결국 이렇게 다 이뤄질 예언의 성취를 믿지 못할 확률은 10의 49승 분의 1이라고 한다. 10의 49승을 숫자로 말하면,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그리고 그걸 분모로 한다면 lim0인데 0에는 수렴하긴 하는데 0은 아니다. 무언가를 이해시키려고 이도 저도 아닌 거대한 수를 들어 설교한다. 숫자와 확률을 이야기하면 근사하게 느껴지겠지만, 사람들은 큰 수, 특히 너무 큰 수는 와 닿지 않는다. 10의 49승 같은 수는 말하는 사람이 그렇다니 그러려니 하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숫자를 들먹이는 거 사실 잘난 척하는 거다.

        

점심을 챙겨 먹곤 카푸치노 한잔 만들어 먹는다. 우유를 핸드 믹서기에 넣어 거품을 만들어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우유 거품이 생긴다. 거기에다 진하게 탄 아메리카노를 부으면 홈 메이드 카푸치노가 된다.  몇몇 공개채용에 지원서를 쓰고 부가된 첨부자료를 만든다. 경력직 채용에는 기존의 성과 포트폴리오나, 주제를 줘서 에세이를 쓰라고 한다. 부가 자료가 별로 변별력도 없어 보이는데 꼭 포함시킨다. 공채한 쪽도 억지로 변별력을 만들려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신없이 자료를 만들다 보니 애써 만든 카푸치노는 식어 있다.        


저녁 식사 후 어머니와 산책을 나간다. 어머니는 올 겨울 지나고 처음으로 산책 나온 것이라며 겨울 동안 붙은 살을 빼겠노라 파워 워킹을 구사한다. 온천천 보행로는 야간에도 조경을 잘 조성해놓았다.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즐겁고 감사하다. 오늘은 우울함, 불안감이 없어 잘 보냈다. 산책을 마치고 어머니는 바나나쉐이크를 만들어 주신다. 모처럼 하루가 마무리까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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