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밤 8시.
발길이 뜸해지는 이 시간. 어두운 골목을 가로질러 어느 한 카페로 향했다.
오늘도 그는 셔터 앞에 저녁거리를 놓고 퇴근했다. 내가 이 카페를 찾아온지도 벌써 3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간다. 4계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같은 시간이 되면 같은 장소에 식사를 놓고 퇴근한다.
'아마, 나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
그는 낮시간 대부분을 얼마 전 바꾼 전자 담배와 함께 하는 듯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턱을 높이 들고 가게 앞 돌담 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아주 가끔 그 앞을 지나가던 나와 눈이 마주치면 그냥 오른손을 들어 나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곤 했다. 나도 눈을 찡긋하는 정도로 인사에 답했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가 뭘 그리 생각하고 있는 건지 너무도 궁금했다. 왜냐하면 항상 그는 말없이 허공을 볼 때가 많았으며, 나를 보더라도 다른 이들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의 외모가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그 여느 것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냥 아주 가끔 나에게 말을 걸곤 했지만 그건 혼잣말과 같은 대화였다. 나의 대답을 듣기 위한 대화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비에 젖는 것을 걱정해서 인지 식사가 처마 안쪽 깊숙한 곳에 놓여 있었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를 줄타기하듯 요리조리 몸을 비틀며 그곳에 닿았다.
"오늘은 이곳 안에서 먹으니 좀 어때?"
퇴근할 시간인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이상하리 만큼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