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우주 책방

by 샤쵸


어느 밤 한밤중이었다. 술을 마시고 나서일까,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추측해보자면 5월 중순임에도 꽤 무더운 날이었다. 왜 술을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그 날은 술을 많이 하지 않았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혼자서 세 병이나 마신 날이었다. 더운 날이어서 그런지 나는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셔츠의 단추를 반쯤 풀고 술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보통은 술을 마시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지만, 왠지 그날따라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꽤 촌에 속해서, 늦게까지 문을 여는 슈퍼가 없었다. 그래서 밤에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서는 자판기에 가서 음료수를 뽑아 마셔야 했는데, 내가 술을 마시고 있던 포차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공원이 있었고, 공원에는 자판기가 있었다. 정신이 몽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하나는 왠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원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던 나는, 어떤 한 여자를 보았다. 아니, 이것도 술에 의한 환각일 수 있을 수 있다. 여자는, 꽤 초췌하게 생겼었는데, 머리는 산발에 늘어진 옷을 입고,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했다. 뭔가 초조해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어쨌든, 나는 꽤 늦게까지 술을 마셨는데, 그 시각까지 사람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에 놀랐, 아니. 신기함에 가까웠던 나는, 그 여자에게 왜 이 시각까지 집에 들어가 있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아니, 왜 이 시각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그렇게 걷고 있는 것이오?”

그때의 나는 담도 좋지, 한밤중에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는데, 지금이 며칠 몇시 몇분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뭔가 미친 여자 같았다. 손을 덜덜 떠는게 약을 한 것 같았기도 했다. 하지만, 술기운이 있던 나는, 무서울 게 없었다.

“1980년 5월 21일 12시 14분인뎁쇼.”

나는 시계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어서 도망쳐요! 도망쳐요! 여러분! 다 도망쳐요!”

그랬더니, 그 여자가 미친 듯이 울부짖는 거 아니겠는가. 깜짝 놀라 술이 깬 나는, 그 여자의 입을 틀어막고 물어보았다.

“왜 도망치는데요?”

“곧 다 죽어!”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사라졌다. 희한한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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